2026년 2월 셋째 주

잃은 것과 얻은 것

by 코끼리

지난주에 명절맞이 장기휴가에 희망찬 계획을 구상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계획했던 일들 중 35% 정도를 지켜냈으며 절반도 못 채우고 실패했다.


책은 3권 중에 한 권을 읽었고, 영어는 이틀 밖에 못했다. 이직준비는커녕 조카를 돌보고 설거지하느라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아기가 있어 강아지를 따로 분리해 두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두 배였다. 역시나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구나를 느끼며 명절 주간을 마무리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에 얻은 것도 있었다.


우선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정신이 없으니까 잡생각이 안 들었다.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눈앞에 있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끼니마다 음식을 만들어서 챙겨 먹고 청소하고 산책하며 해와 바람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쩌면 우리가 건강하게 매 순간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움직이며 사람들과 대화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축복이다. 그동안 이런 단순한 알아차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잊고 있었다.


원하는 만큼 이직이 쉽지 않으니 스스로 비참하고 보잘것없이 느껴지곤 했었는데, 인생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큰 일도 아니다. 어떤 일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보려고 하면 못할 건 없다.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에도 할 수 있다는 마음과 믿음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결국은 믿고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살아진다.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닌가? 이미 나는 명절에 좋은 시간을 보내며 원하는 것을 이루고 있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어본다.


다음으로는 베풀기 좋아하는 부모님에게 배움을 얻어간다. 내가 혼자 살아보니 다른 사람을 집에 초대하는 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솔직한 마음으로 나는 아무리 자식들이라도 열흘 넘게 와서 먹고 자고 씻고 복작거리며 시끄럽게 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 같다. 가뜩이나 우리 집은 매년 명절마다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친척들에 차례상을 준비하는 것까지 일거리가 한가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좋은 마음으로 환영해 주는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오히려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꼬이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웃어 넘기 신다. 이번 명절에는 갈비, 회, 소고기, 삼겹살, 전복, 등뼈찜, 각종 김치와 부침개 그리고 잡채에 식혜까지 머물면서 먹은 음식만 한 상이다. 생각해 보면 언제나 베풀기 좋아하는 마음에는 나누어 줄 수 있는 상황이 따르기 마련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무언가 나눌 수 있도록 충분한 마음과 체력 돈과 시간적 여유가 늘 나와 함께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명절에 얻어간 가장 큰 수확은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올해 함께 찍은 사진과 동영상은 언제 꺼내봐도 즐거운 추억 그리고 기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은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해외여행이나 색다르고 특별한 활동을 통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각자 위치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경험이며, 이를 통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무언가 배우고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다면 좋은 경험이다. 난 이번에 계획을 세우면서 실패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시간관리나 체력적 한계에 대해 배웠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추억을 만들면서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이처럼 명절날 좋은 경험을 얻어갔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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