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첫째 주

과한 욕심

by 코끼리

이사 갈 날짜가 다가오니 머리가 아프다.

주말 오전 10시부터 집을 구하러 2만 보 넘게 걸어 다닌 결과는 참혹했다.

내가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걸까?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주방이 분리된 1.5룸 혹은 2룸으로 이사하고 싶은 건 과도한 욕심인 걸까? 집값이 진짜로 장난 아니다.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면 가격이 살벌해진다. 서울에서 조금만 사람답게 살아보려면 월급의 절반 이상을 집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25년 이상된 구축이어도 리모델링을 했다면 상황은 비슷하다. 역 근처 위치가 깡패다 아무도 못 건든다. 아마 집이 100년이 지났다고 해도 접근성은 최고의 인프라가 될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은 보증금 4천에 월 35만 원짜리의 원룸형 구조이다.

답답하다. 책상과 침대사이의 공간에 빨래를 널어두면 움직일 공간이 없다. 침구와 옷에 베이는 냄새 때문에 먹을만한 음식을 하는 건 상상도 못 한다. 화장실에서 샤워할 때는 밖으로 물이 새서 늘 조심해야 한다. 불을 사용하려면 1구짜리 인덕션 코드를 꽂아야 한다.


그래도 채광이 좋고 환기도 잘 된다. 무엇보다 저렴해서 그냥 돈을 모으자 생각하고 2년을 살았다.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나는 꼭 지금보다 넓은 집으로 가리라 다짐했고, 그 시기가 다가와 집주인께 나간다고 통보를 한 상태였다. 나는 며칠 동안 인터넷으로 집을 알아보았고 토요일에 직접 집을 보기 위해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마포구의 1.5룸이 있었는데, 전세 보증금은 2억 5천이었다.


더 이상 라면을 끓일 때 옷에 냄새가 배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딸기 한 바구니를 사도 넉넉하게 냉장고에 넣어둘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버팀목 대출을 받고 열심히 모은 돈을 모으면 빠듯하긴 해도 충분히 가능한 돈이었다. 하지만 내 모든 것을 털어 넣어야 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고, 또 요즘에 전세사기가 많다고 하니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투룸도 아니고 1.5룸인데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보증금을 조금 낮춰 주실 수 없겠냐고 물었다.


부동산 사장님, 집주인 분들은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씀하셨다.

" 2억 5천이면 싼 거예요. 오히려 대출이 가능한 집들은 귀해서 가격 조정은 어렵죠."

누군가에게 평생 모으려고 해도 어려운 2억 5천이 순식간에 값싸게 되어버렸다.


물론 나는 그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이 작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 시세도 있고 부동산 상황이 그렇다는 말씀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무심코 던진 그 말들은 나에게 주제도 모르고 욕심부린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순식간에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그동안 2년 동안 불편함을 참고 모았던 돈이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침실과 주방이 분리가 되는 집/ 바람이 잘 통하고 해가 잘 들어오는 집/ 바닥과 장판이 뜨지 않을 만큼의 관리가 된 집/ 물이 튈까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공간이 있는 화장실/ 좋아하는 과일 한 바구니를 넉넉하게 냉장고에 넣을 수 있는 집/


대한민국 서울에서 서른 넘은 직장인에게 이 정도 욕심도 과하게 느껴진다는 현실이 슬프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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