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의 고백
나는 내가 외로운 줄도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그냥 앞만 보고 살다가 문득 느껴진 감정이 외로움이다.
막상 외로움이 직접 느껴지니까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싫었다. 외롭다고 말해버리면 스스로가 나약해지고 뭔가에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또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지금 느껴지는 감정과 딱 들어맞지 않다는 생각도 한 것 같다. 나는 괜찮다고 즐겁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인생의 또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고군분투를 하다가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의해 방탄소년단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아이돌 노래는 유치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나였기에 그들이 7년 동안 줄곧 말해왔던 이야기가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한 노래 가사가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대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이를 계기로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나는 혼자 있어도 딱히 심심해하지 않는다. 시간을 아주 잘 보내는 편이다. 책을 읽고 영화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을뿐더러 강아지도 키우기 때문에 산책도 자주 한다. 주위에 가족도 친구도 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이게 다 번듯한 곳에 취직을 못해서 그런가 싶다가도 굳이 취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또 돈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돈이 많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또 어떨 때 나는 나의 취향이 잘 잡혀있는 것 같은데 또 어떻게 다시 보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것들이다. 과연 지금 내가 원하고 희망하는 것들이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혼란스럽다.
특별한 것들이 결코 특별한 것만은 아니다.
가끔씩 내가 아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지난날의 수고로움과 현재의 노력이 다 부질없이 느껴지는데 이 또한 '부질없다'라는 말로 다 표현이 불가하다. 나의 감정과 느낌에 100%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어도 외롭다고 느껴진다. 나는 외롭다는 말을 한다고 해서 외로움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그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시간을 보낼 뿐이다.
가끔씩 연락을 자주 주고받지 않았지만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도 돌아선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그냥 취미로 모아놓은 책과 영화들로 눈길을 돌린다. 어딘가 텅 빈 공허한 마음이다. 가끔 이러한 기분이 들면 스스로에게 미안하고 또 슬프다.
그러나 우리 집 대장 이여사님께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사람마다 고민 없는 사람은 없다고 하셨다. 그러니 나도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 그러려니 위안을 삼고 오늘을 살아간다.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세상만사 다 부질없다고 말해놓고 포기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느껴진다니..... 나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이십 대에 이러한 고민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놓을지 그 또한 모르지만 그저 이렇게 내 마음에 귀 기울여 글로 남긴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아직도 입 밖으로 꺼내기 부끄럽고 민망한 나의 솔직한 감정 '내 청춘의 외로움'을 브런치를 통해서 고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