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 셀리 케이건
독후감 아닌 독후감
1. 책을 읽기 전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무엇을 기대했나?
나도 모르겠다. 그냥 학교에서 유럽의 중세시대에 대해 배웠을 때 죽음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종교와 교리에 빠져 찬란했던 그리스 문화를 뒤로 할 수 있었던 것이, 이를 되찾기 위해 그토록 어렵게 르네상스를 다시 맞이한 것이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운명 앞에 놓인 인간이 갖는 두려움 때문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혼자 나름대로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은 과연 책의 홍보문구에 나온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를 하고 있다는 지식인, 셀리 케이건은 과연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 사람의 생각이 강의와 책으로 나오기까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이에 죽음과 관련된 물음에 명확한 답변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2. 대략적인 책의 개요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영혼과 육체 그리고 인격에 관한 이야기가 6장까지 이어지고 죽음의 본질과 관련한 이론들을 살펴본다. 10장부터는 영원히 죽지 않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양한 '사고 실험'을 통해 본질적으로 중요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이후 죽음에 대한 특성과 이를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태도, 자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된다.
3. 책을 읽은 느낌과 후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육체는 죽고 영혼이 세상에 남아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은연중에 우리의 육체와 영혼은 따로 분리되어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난 뒤, 죽음을 초월한 불멸의 내가'나답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는 생각은 정말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책을 통해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사고방식의 변화에 대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을 요리하듯 재구성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작가의 논리적인 능력에 감탄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약간은 아닌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결국에는 그 생각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대단하다. 죽음에 관련해 정말 빠짐없는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책이 괜찮았던 점은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남은 삶을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동시에 무엇이 과연 나를 정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현재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한, 책 제목만 보고 아무도 경험해본 적 없는 '죽음'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은 어리석은 것이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존 가치에 대해 혼란이 오고 있다. 나는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사회를 바라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깨달은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인터넷에서는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옳은 가치와 방향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들이 과연 정말 옳은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코로나를 경험한 인류의 모든 세대가 죽고 난 뒤 후대 인류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