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끼리 Aug 01. 2020

늦은 밤 손편지를 읽었다.

옷장의 한 구석 자리한 판도라의 상자

그동안 내가 살면서 받아온 편지들을 모아 놓은 상자는 절대 함부로 만지면 안 되는 것들 중에 하나다. 

그런데 늦은 밤 문득 그 상자에 손이 가게 되었다. 

왜일까? 


대학시절 함께 보낸 친구와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아주 오래간만에 초등학교부터 같은 학교를 다니며 친했던 친구를 만나기 하루 전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그런 걸까?

 

뭐 어찌 됐든 간에 그냥 내일 뭐 입고 나가야 되나..  고민하며 열어본 옷장 한구석에 자리 잡은 편자 상자를 발견한 것이 시작일 것이다. 나는 처음에 그 편지들을 다 읽어볼 생각은 결코 없었다. 그냥 순간적으로 아기자기한 편지지의 디자인이 궁금했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그리고 날 생각하며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읽다 보니 더 이상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사람들의 편지를 읽게 되었다. 

그때는 좋았는데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 하며 혼자서 지난날을 떠올려 보려고 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흐릿한 상황만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나는 그냥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또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올라왔는데, 뭐랄까.. 약간은 뭉클하기도 하고 그냥 뭐 그랬다. 새벽이라서 그런가? 내면의 감정들이 올라온다..... (ㅎㅎ 오글오글 )


 

편지를 읽으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들은 떠나고 스쳐 지나갈 것 같았던 사람들이 지금 곁에 있다.

밤을 새울만큼 심각하게 함께 고민했던 이야기들이 돌이켜보니 정말 그렇게까지 고민할 것이었나 싶다. 

흔하디 흔한 인사말이라도 누군가의 손글씨에서는 진심이 느껴졌고 또 누군가는 손글씨는 그렇지 못했다. 

그때의 내가 숨 쉬고 존재했던 공간과 시간, 느낌 감정 향기까지도 불러오는 편지를 만나기도 했다. 이와 반면 그냥 생일 축하 편지지의 공간을 채우기 위해 너무나 열심히 노력한 흔적만이 가득한 편지도 있었다. 각양각색의 편지들, 그 상자에는 나의 생 전반에 받은 편지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고이 담겨 있었는데,  편지를 보면서 지금의 내 모습과 똑같은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 정말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저 신기한 손편지 읽기 시간. 


그렇게 한 시간이 흐르고 상자를 덮었는데 벌써 새벽이군. 나에게 새벽은 일을 저지르기 쉬운 시간이다. 살까 말까 고민하던 것을 사버리거나, 무리해서 여행 날을 잡아버리거나, 하지 말아야지 했던 것들을 해버리는 시간이 새벽이다. 결국 또 이렇게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도 상자를 열어서 편지를 읽었고,,, 또 인터넷에 후기를 남기고 있다. 지금의 생각을 모아놓은 글을 보고 훗날 새로운 기분을 느끼는 나를 생각하면 피곤해도 멈출 수가 없다. 그래도 이만 자야지... 굿 나잇... 

  

 






   

   

작가의 이전글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