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변해가는 날씨를 느끼며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등에서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지는 여름이 싫다.
땀이 나서 샤워를 해도 씻고 나오는 그 순간부터 다시 땀이 나는 여름이 싫다.
여름을 알리는 매미소리가 울려 퍼지면 머리가 아프고 더위는 더 심해지는 것만 같다.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만 쐬고 있는 것도 별로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꺼버리면 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더위에 입맛도 사라지고 밥도 먹기 귀찮아진다.
유일하게 땡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카페인에 약한 탓에 2잔을 채 못 먹는다.
그래서 나는 가을이, 겨울이 좋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하늘이 있는 가을이 좋다.
뜨거운 열기보다는 따듯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겨울이 좋다.
나는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과 포근함이 녹아있는 따듯함을 좋아한다.
뜨거운 커피의 향기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겨울이 좋다.
높은 하늘과 구름이 보이는, 단풍이 물든 산을 오르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쌓인 거리를 밟는 것도 좋다.
언젠가 무더운 여름이 좋다는 사람을 만났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땀나고 짜증 나는 여름이 왜 좋냐고 따져 물었다.
그 사람은 딱히 여름이 좋다는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
내심 이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몇 년 후 여름이 좋다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났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정말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왜 여름이 좋냐고.
땀나는 게 싫지만 그냥 여름이 좋단다.
여전히 답을 알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
요즘 들어 계절이 변하는 것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좋고 싫은 이유가 없을 리는 없겠지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수도 있겠구나.
그냥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세상 모든 것을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