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끼리 May 05. 2021

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단편집

그냥 알 수 없는 이유에서 끌리는 책을 집었다. 이번에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책의 제목인 '우리의 사람들'이라는 제목보다 그리고 초록색 나무와 벤치가 한적하게 놓인 표지보다, '박솔뫼'라는 작가의 이름이었다. 그냥 작가의 이름이 특이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봤다. 가끔씩 이렇게 정보 없이 끌리는 책을 집어 들고는 하는데 이는 나만의 힐링법이며, 나름대로 내가 좋아하는 걸로 플렉스 하는 방법이다. 쨋든 정말이지 아무 정보 없이 구매한 책이 도착해 펼쳐보니 8개의 단편 소설을 엮은 소설집이었다. 목차와 마지막 부분에 작가의 말을 먼저 읽다 보니 평소와 다른 약간 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처음 느꼈던 묘하다는 느낌은 책을 읽어가면서 더욱 짙어졌다.


분명히 익숙한 공간에서 특별하지 않은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뭔가 색다르다. 부산의 골목, 카페와 광장 등 우리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곳들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매우 있을법한 짧은 대화가 오고 간다. 그렇기 때문에 단편 소설들은 마치 하나의 장편집처럼 느껴진다. 별다를 것 없는 생활에서 마주하는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자 불안정에서 오는 무언의 힘이 느껴졌다.   


나는 책을 읽으며 주인공의 시공간이 종이접기를 하는 것처럼 '접힌다'는 느낌을 받았다. 흔한 타임리프 소재처럼 시간을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지금 벌어지는(?) 일과 같은 공간에서 있었던 일들이 한 데모여 화자의 머릿속을 떠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을 읽어가며 일들 사이에 중첩되는 이미지를 그려보게 된다. 과거든 꿈이든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생각이든 소설의 주인공이 떠오르는 것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구성한다.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도 그 머릿속을 구경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 자체로 나의 상상력을 건드려주고 알 없는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사실 의식의 흐름대로 서술되어 이야기가 한 번에 이어지지 않아 읽기 어려웠는데, 또 천천히 읽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활자를 천천히 곱씹으면서 우리가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과 생각이 적힌 문장을 읽었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치고 빠르게 읽어나간 몰입도가 높았던 책이다.  



작가의 이전글 각자의 서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