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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Sep 06. 2021

날 것.

막연한 두려움

날 것을 마주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생선도 그렇고, 육회도 그렇고 살아 움직이는 생낙지도 그렇다.  처음 접했을 때 약간은 속이 거북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하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마주했을 때, 그 날 것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꽤나 잘 먹는 육회와 생낙지를 떠올려보니 군침이 돌 정도다.


그러나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살아있는 음식의

날 것들 뿐만이 아니다.


어떠한 필터링 없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의 상황, 대화, 행동, 사진, 영상 등 여러 가지 것들에 익숙하지 못하다. 여전히 사툴고 마주하기 두렵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생각하고 살기에는 만만하지 않은 세상이라서, 이런 서툼이 혹은 뻔뻔하지 못한 생각들이  고민이라고 얘기하면 사람들은 그냥 가볍게 지나가 버린다.


그럴 땐 가끔씩 내가 너무나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어쩌면 날 것의 내 모습을 보게 되어 그런 것 같다. 내가 두렵고 무서워하는 날 것의 내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날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다듬어지지 못했을 뿐 진실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요리되지 않은 상태로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날 것의 상태이다.


조금 더  거부감을 줄이고, 날 것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는 맛있는 요리도 도전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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