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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Nov 19. 2021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독후감_ 저자에게 보내는 편지

2021년 11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가을을 느끼면서 덫 없는 마음을 달래보고자 책 한 권을 집었습니다.

우연히 그날 눌렀던 휴대전화 도서 앱 화면에는 '김영민 신작'이라는 말과 함께 몇 년 전 스쳐간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_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제목이 워낙 특이해서 기억이 났었어요.


시작, 깨어남, 출발, 등의 상승 이미지를 가진 아침이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옆에 있어서 흥미롭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뻔한 자기 계발서에 질려있었던 터라, 저기 있는 저 책도 과연 그렇겠거니 하는 마음에 사서 읽어보지는 않았답니다.


이번에 그 책 이름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땐, 대학 시절 특이한 제목의 책을 쓰신 분이 또 다시 신작을 내었구나... 문득 그때의 기억이 스치듯 지나갔고, 그 사이 어딘가 에서 같은 시간에 꾸준히 글을 쓰고 계셨을 분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무작정 책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후, 제가 가지고 있던 의문이 조금은 해소된 기분을 느꼈고, 뭔가 다시 시작할 작은 불씨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나마 편지에 그 당시 쉽게 판단해버렸던 것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함께 감사함을 담아봅니다.


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스스로 미로 속에 있다고 느껴지는 날들이 늘어갔습니다.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고 또 실망하기를 반복하면서 알 수 없는 무력감에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고,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무기력해지는 것을 느낄 때마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가 생각하는 시간들이 늘어갔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단순히 남들이 좋다는 것들에 충분한 만족을 느낄 수 없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하고 싶어 하는 욕심도 있는 사람이에요. 이상과 현실의 중간에서 느껴지는 스스로 이중적인 모습이 싫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고민은 쉽게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자수성가하신 부모님의 공감을 불러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책을 통해서 타인이(똑똑한 지식인의) 사회와 나 그리고 삶의 문제에 대해 느끼는 점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아 너무 좋았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절대 가볍진 않은 이야기들이 가슴에 와닿았고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이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우연히 스쳤던 제목이 눈에 띄지 않았다면 지금의 선택은 없었겠죠? 작가님을 알게 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만약, 우연하게도 편지가 작가님께 닿게 된다면 맛있는 디저트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세월호 사건, 탄핵, 전 대통령의 서거, 등등 제가 충분히 의미를 알고 관심을 가져야 했었을 사건들에 무관심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반성과 함께 쉽지는 않겠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한니발/고스트 독 - 서평 너무 잘 읽었습니다. 사실 삶에서 변하지 않는 순수한 '의미' 혹은 '가치'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결국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어요. 그럼에도 삶을 마주하고 나아가는 것 그 자체로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니발은 드라마로 잠깐 봤는데 너무 잔인해서 2회인가?.. 밖에 못 봤던 기억이 있어요. 덕분에 무서운 영화라는 오해를 풀게 되었어요!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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