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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Jan 25. 2022

어쩌다 보니 흘러가는 인생

생각해보니 나는 물의 사주가 맞는 것 같다.

10월 퇴사를 하고 또 입사를 한다.

어쩌다 보니 이번에는 서울로 직장을 구했고, 무시무시한 전세, 월세 가격에 언니네 집에 자리를 잡았다.

내일이 입사 첫날이다.

대기업 계약직으로 1년 또다시 하루 살이 인생이 시작된다. 관련 경력도 경험도 없었던 나는 1.2차 면접에서 멘털이 탈탈 털렸지만 어찌어찌 합격을 할 수 있었다. 대기업치고 연봉도 적고 거리도 머니까 사실 나에게는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다. 그냥 회사 이름이 주는 자랑스러운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터인데, 왜 이런 선택을 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계약직이라는 꼬리표는 회사를 다니는 동안 나를 따라다닐 것이고 이러한 꼬리표를 떼기 위해 또다시 긴 과정을 겪어야 할 터이다. 남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능력에 많은 것을 바란다면 이 또한 욕심이다. 그러니 웅크리고 준비를 하며 수많은 무리에 섞여 흘러가듯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학창 시절부터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마트, 옷 가게, 학원,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 등등 나는 한 번 해본 일은 겹치지 않게 일을 구하도록 애를 썼다. 여러 직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해 보고 싶었고 뭔가 다른 일을 해도 나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내가 믿는 대로 행동을 할 수 있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와 취재 기자로 3개월, 영어 학원 1년 2개월, 중소기업 6개월을 거치고 현재까지 왔다. 내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뚜렷한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다. 내 인생의 미래를 설계한다 거나 산업이나 직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하지 않았고 그저 흘러가는 데로 주어진 몫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금 새롭게 딛는 이 걸음이 나를 또 어디로 데려다줄 것인지 궁금하다. 나는 가능한 한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쉽게 내 마음대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그냥 흘러가며 살아보니,  현재의 모습에 대해 특별한 이유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분명 당시에 내리는 선택에 어떠한 이유가 있었을 테지만 그 이유는 날씨가 우중충 했던 것과 같이 전혀 관련 없는 요소들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러니 세상에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명확한 이유를 찾기보다 내 마음이 내리는 방향을 따라가는 것이고 그 방향이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문득 좋은 곳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걸어가는 내 걸음에 의심을 거두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나는 나를 의심하고 가능성을 거두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늘 불안하고 눈치를 살피고 확인하는 모든 순간에 서있는 나는 조금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발을 뻗어보려 한다. 항상 그러한 힘든 순간의 연속이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나아가며,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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