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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Jan 09. 2023

01. 게으름

1월 - 첫 번째 

2023년도 가장 먼저 주제로 쓰고 싶은 단어로 '게으름'이 떠올랐습니다. 

왜 그랬을까는 이유를 떠올리기에는 매우 간단했습니다. 저의 일상 속에서 '게으름'과 함께 이 단어와 결이 비슷한 귀찮다는 말을 가장 자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과제를 할 때도, 청소를 할 때도, 운동을 하거나 끼니때마다 음식을 고를 때에도,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귀찮다를 입에 달고 살았어요. 20대 한창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을 나이에도 옷을 사러 가는 것도, 머리를 하는 것도 시큰둥하는 반응에 친구들이 많이 답답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늘 뭔가를 미루고 미루며, 게으름을 부리는 사이 어느덧 30살이라는 나이가 정말 순식간에 눈앞에 다가와 있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이 들었고 당장 서른을 앞두고 뭔가 마지막 20대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 스물아홉 1년 동안 쓴 글을 모아 브런치의 '글을 책으로 엮는 기능'을 사용해 보자! - 하는 다짐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는 미루고 미뤄두었던 스스로의 제1장 청춘을 잘 마무리하기를 바라며, 제2장을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어 다짐한 1년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부족한 경험에 약간은 무모하고 철없었던 이십 대를 잘 보내주기를 바라며 이번만큼은 게을리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항상 이런 미루기는 습관, 게을리 행동하는 이유를 늘 생각해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게으름과 귀차니즘은 어쩌면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어느 부분 맞는 것 같습니다. 내 안의 무언가가 항상 완벽하지 않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끊임없이 말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부정적인 목소리를 이겨내고 조금씩 하다 보면 또 더 나아지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기분을 느끼며 하루하루 게으름과 싸우며 살아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에게 게으름은 일종의 두려움과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해야 하지만 잘 해내지 못할까 두려운 마음에 직접적으로 마주하기 싫어 도망치고 싶었던 두려움입니다. 


그렇게 저는 완벽하지 않음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면서, 또 그저 행동하는 것이 답이라고 스스로 되뇌면서 천천히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루 10분 스트레칭/ 감사노트 쓰기 / 명상 등 간단한 것들부터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말이죠. 매우 다행스럽게도 제 내면에는 먹고살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브런치 글 계획을 써볼 수 있을 만큼의 성실함 책임감이 함께 살아 조금이라도 힘을 내어 이러한 게으름과 맞서주고 있지 않았나 합니다. 


게으름을 하니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이 있는데, 저는 사실 게으른 만큼 불안함도 상당히 높게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일은 적절한 timeline을 설정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며 이를 극복하고자 남모르게 노력하고 있었죠. 그런데 순간순산 이런 노력들이 모두 부질없다고 느껴지다가도 또 그것이 삶이 아닌가 싶어 살아가기도 하다가, 구태여 작은 의미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뭐 결국에는 그래서 뭐 별거 없지 하는 결말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요.ㅎㅎ 어쩌면 게으름을 이겨내고 행동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줄타기를 하는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첫 번째 단어 게으름은 뭔가 불안하고 완벽해지고 싶어 애쓰는 가련한 저의 모습이 떠오르는 단어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는 유행이 지난 줄만 알았던 코로나도 저에게만큼은 게으름을 부리는지, 이제야 저의 일상에 찾아왔습니다. 앞으로 1주간 격리에 들어가면서 또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주었네요. :-)  부디 이 번 새해에는 조금 더 결단력 있는, 몸도 마음도 부지런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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