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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게이 Sep 21. 2017

자존감이 바닥났을땐

잘하는거 하세요.

잠시였지만 함께 있던 동행들을 보내고 혼자가 되니

나도 모르게 패닉에 빠졌다.

여행 중 이따금씩 찾아오는 생리현상 같은 것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힘이 빠졌다.

 

무언가에 기를 쏙 뺏기고 축 늘어진 오징어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얼굴도 못생겨 보였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고 기타를 치려고 방에 들어왔다.

막상 기타를 잡으면 몰입해서 칠 것 같은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지하 깊숙이 묻혀 손끝 까딱 할 수 없는 상태로 느껴졌다.

침대에 누워 기타를 쓸지 말지를 두고 오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다시 깼을 때는 이미 체크아웃 시간이 지나있었다.

허겁지겁 로비로 내려갔다.


터키 이스탄불

소파에 앉아 있던 1시간가량이 폰 게임으로 허비됐다.

그러고 나니 무력함을 더해 갔다.


분명히 표정에도 ‘힘없음’과 ‘건들지 마시오’가 보였을게다.



터키에는 도미토리가 잘 없지만,

광광 중심지 쪽에는 가격이 저렴한 혼성 도미토리가 있었다.

가격이 좀 더 싼 도미토리로 숙소를 옮겼다.

로비 직원은 무뚝뚝하게 방으로 안내했다.

침대 옆에 짐을 두고 바로 호텔 로비로 나와 노트북을 열었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자존감이 바닥일 때는 잘하는 거 하세요.


잘하는 거라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한참을 고민하다

그동안 쓰려했던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

첫 줄을 적기까지 몇 분이 걸렸지만, 일단 쓰기 시작하니 시간 가는지 모르고 글을 적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2900 단어, 10000자가 적혀있었다.


2017.9.20 수필 집필 시작. 출판은 천천히 앞으로 1년 걸릴예정


그릴 치킨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는데
4000원이면 먹을만한데

어느새 보면
누가 봐도 좋은 만 원짜리 숙소랑
노숙 급 육천 원짜리 숙소랑
고민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참 궁상 맞지만
4000원이면 밥 한번 더 먹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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