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꼭 반가워야 할까? 나는 돈을 받았으니 그럴 의무가 있다. 손님보다는 고객님이지만... 우리는 커피를 매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매장에 오는 건 대체로 고객님보다 손님이다. 매번 새로운 다정함을 준비해야 한다. 한편 문을 여는 걸 보자마자 탄식이 절로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또라이다. 이 일을 하면서 세상에는 참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좋은 사람들도 참 많구나, 그러나 열에 한 번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각 매장마다 버디(buddy)가 있다. 단골이라고 하면 편하겠지만, 외국 기업이라 어쩔 수 없다. 버디의 이름과 애착 메뉴도 외우는 편이다. 자주 보이는 몇 분이 있다. 늘 콜드브루 오트 라떼를 드시면서 진한 섬유유연제 냄새를 풍기는 손님도 있고, 돌체 콜드브루 벤티 사이즈에 빨대 대신 우드 스틱을 받아가시는, 웃음이 예쁜 손님도 있다. 그리고 아내가 사이렌 오더를 주문하고 남편이 스누피 컵을 두 개 들고 오셔서, 돌체라떼에 카라멜 드리즐을 추가해드시는 분도 있다.
그들을 바라보면 친근하고 다정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날씨가 춥지 않냐는 스몰 토크도 한번 해보고, 오늘은 전에 드시던 걸 안 드시냐며 은근한 친밀감을 내포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 매장에는 일명 ‘망고 또라이’라고 불리는, 망고 바나나만을 고집하는 진상 버디도 있다. 그는 정말이지 지독하다… 늘 개인컵을 들고 와서 음료의 양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문제를 제기한다. 계량이 정확한 게 좋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만들다 보니 조금씩 다를 때도 있다. 그러나 그가 등장하면 모두 계량컵을 꺼낸다.
소문으로는 그가 지병이 있다는 설도 있다. 증명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므로 짐작만 해본다. 차라리 아픈 사람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그는 신입 바리스타 킬러기도 하다. 조금 미숙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바리스타가 있으면 자기가 아는 전문 지식이나 새로운 프로모션 정보를 막 흘린다. 그리고 바리스타가 조금이라도 어버버 하면, 비웃으면서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한마디씩 한다. 너무 모르시는 것 아니냐며, 정말 재밌다는 듯 콜콜콜 하고 웃는다. 그러니 그에게 조롱당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평소에는 오전이나 점심쯤 와서 텀블러를 잔뜩 사거나, 새로운 프로모션 굿즈에 대해 묻곤 한다. 그리고 망고 바나나를 먹는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 8시 댓바람부터 등장했다. 그리고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새로운 굿즈를 찾았다. 오픈 중이었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진열하기 전이었고, 정확한 명칭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제품을 찾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제품은 지금 없다고 설명했고, 그는 벌써 다 나갔냐며 수차례 묻고는 금방 돌아갔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우리는 그가 나간 동안, 그가 찾던 제품이 우리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아차 싶었다. 다시 온다면 죄송하다고 설명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다시 돌아온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주문을 받던 언니가 죄송하다며 말을 이어가자 그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왜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없다고 하냐며, 일을 그렇게 하냐고 한참을 소리 질렀다. 다른 손님들이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으나,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차분히 설명하던 언니는 뒤로 들어가서 울기 시작했다. 그 언니 ESTJ인데…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어떻게든 실수를 잡고 싶어서, 꼬투리를 잡고 싶어서 눈을 치켜뜬다. 아무리 그가 불쾌한 언사를 일삼아도, 늘 사과하고 선의를 베푸는 쪽은 우리다. 만약 그가 VOC(Voice Of Customer)라도 올리면 불이익을 받는 쪽은 우리기 때문이다. 본사는 우선적으로 손님 편이라는 사실을 조금만 지내다 보면 깨닫는다. 그래서 파트너들의 영혼은 너덜너덜해진다. 손님은 5천 원짜리 커피를 시키고 만 원짜리 서비스를 받길 바라고, 본사는 그런 우리에게 시급 만원을 쥐어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월급이 진짜 짜다. 돈만 넉넉하게 주고 같은 편에 서 준다면, 파트너들이 그렇게 빨리 도망가지는 않을 것이다.
울다가 나온 언니는 금방 페이스를 찾았다. 나 역시 언니의 등을 몇 번 쓸어주었지만 음료 주문이 계속 들어왔기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후에도 많은 손님들이 우리를 거쳐갔다. 아마 그 언니는 퇴근하고 술을 마실 것이다.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냐며, 하루치 혹은 그 이상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려 할 것이다. 그를 지켜본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 버거운 하루를 글로 담아본다. 쿠폰 하나 받고 싶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면전에 대고 당신 짜증난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 언제나 그렇듯 정말 고단한 하루다. 오늘은 정말 마음이 피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