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머그상을 받고 싶다면

by 최열음

매달 한 명의 파트너를 파트너십, 서비스, 티칭 등으로 추천하는 상이 있다. 일명 머그상. 왜 머그인지는 모른다. 머그컵… 때문에 머그상인 것 같다. 상만큼은 컵 말고 다른 곳에 주면 좋을 텐데. 생각해 보니 머그상을 받은 파트너한테는 배지도 주는데, 그 모양이 스타벅스 머그컵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 머그상을 추천하라고 했을 때는 별로 고민도 하지 않고 동갑내기 친구를 추천했다. 그는 그야말로 파트너십의 대가였다. 한창 가물고 메말랐던 입사 초창기에, 자기와 일할 때만큼은 내가 편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던 자였기 때문이다. 그다음 달에는 전월과 같은 사람을 추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같은 사람을 또 추천하려다가 걸린 것이다.


머그상을 수상하려면 두 명 이상의 파트너에게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트너에게도, 손님에게도, 일도 잘해야 한다. 삼박자가 어우러진 사람에게 머그상이라는 증거물이 주어진다. 5개월을 일하는 동안 나는 그 상을 넘보지도 않았고 받지도 못했다. 그런 걸 신경 쓸 만큼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고… 그만큼 친한 파트너도 없기 때문이다.


분명 나는 다른 파트너들과 손님들에게 친절했지만, 어떤 선을 넘어서지는 않았다. 딱 적당한 만큼만 했다. 과도한 친절을 베풀지도, 과도한 친분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내게 이 사회는 딱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과 사람에 치여 너무 지쳐있었던 것 같고, 이후로는 그게 익숙해졌다. 어느 정도 일과 사람에 적응된 지금, 관두기 전에 머그상은 한 번 받아보고 싶어졌다. 그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나는 늘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게 뛰었다. 크고 장기적인 목표도, 그를 이루기 위한 매일의 목표도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지금은 성장 혹은 취업을 위한 목표를 잠시 내려놓았다. 곧 졸업이고, 스타벅스에서 돈을 벌고 있으며, 3개월 간 여행을 할 것이고, 올해까지는 글을 쓰며 살아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니 꽤나 체계적이지만 지금까지의 촘촘한 계획 및 실행 시스템과 비교하면 무계획이다…


평소엔 스스로 세운 계획에 가끔 압도되더라도 다시 박차고 일어나 하나씩 정복해 나가며 성취감을 느껴왔다.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챙겼다. 챙김은 몸에 밴 관성이므로 끊임없이 누군가를 챙겼다. 가끔 모든 일을 주워 담는 데 실패하더라도.


그러니 머그상을 받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면, 스스로를 혹사시킬 것이고 야심 찬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가식적인 친절을 베풀고 싶지는 않으니 마인드를 먼저 세팅할 것이다. 이 일에 있어서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사명감과 즐거움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웃고, 속으로도 화내지 않고,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이제는 정말이지 그런 노력들이 지겹다.


그래서 스타벅스에서만큼은 계획 본능을 억제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워서 선을 지켰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이 된 것도 같다. 일을 척척 해내려고 하고, 남 걱정은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조용한 상황도 견딜 줄 아는. 어떤 언니는 내게 정적을 잘 견딘다고 했다. 그냥 그 언니랑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한 번은 그에게 ‘닉네임은 어떻게 정하게 됐어요?’라고 물었더니 ‘지금 ㅇㅇ가 뭐 하는 건지 눈에 보여요’라고 답했다. 동문서답이야 이 사람아~ 무슨 답을 듣긴 했지만 이미 관심이 탈탈 털린 뒤였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조용히, 할 일만 잘 해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마음의 평화와 환경의 평화를 위해서는. 말이 많으면 탈이 많아진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었다. 여러 사람이 좁은 곳에서 스트레스와 압박을 견디며 일하다 보니,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곡해해서 자기 편한 대로 듣는 사람도 있으며, 어떤 대화를 해도 자기 말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꼰대다. 그러니 조용히 할 일을 하며 거리를 유지하는 게 현명했다.


어쩌면 본사에서는 머그상이라는 보상으로 파트너를 유인하는 걸지도 모른다. 계속 남아 있을 명분을 주는 건가. 그냥 돈이나 더 주면 좋겠다. 시급 만 원 받기에는 노동의 강도가 과하지 않나요. 머그상을 받고 싶으면서도 받고 싶지 않다(물론 주지 않아서 못 받는 것이다). 그냥 만족할 만큼 일하고, 적당히만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아무리 바빠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내게 평화가 있을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평화가 들러붙을 거라고 믿는다. 그건 상과는 별개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