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쉬고 싶은 날 다 쉬었잖아요

by 최열음

일주일에 이틀, 꿀 같은 휴무가 있다. 그날은 누구도 나를 말릴 수 없다.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고 말겠다고 생각하지만 24시간은 충분치 않다. 지금까지는 학교와 일을 겸하느라 화, 목요일만 휴무를 받았다(화, 목은 수업만 들어도 하루가 끝나기 때문). 그리고 이제 종강이다. 아예 졸업까지 해버린 지금, 자유롭고 넉넉한 휴무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주말은 교회+일을 해야 해서 더 바빴다. 그러니 지난 4개월 간, 쉬는 날 없는 일주일을 수십 번 보낸 셈이다. 연차로 며칠 연달아 쉬기는 했지만, 그건 시험기간이었지 온전한 휴가는 아니었다... 이제 나는 화, 목 휴무도 아니고 시험기간도 없으니까 쉬는 날은 정말 쉬는 날인 거다. 마침내.


스케줄을 짜는 사람은 점장이다. 일명 DP라고 한다. 인력배치라고 하는 그것은 점장이 골머리를 싸맬 일이다. 우리 매장에는 열세 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이 일주일 간 어떻게 맞물려서 출근 및 퇴근 및 휴무를 보낼 수 있을지 그의 머릿속에서 굴려봐야 했다. 상당히 피곤하고 예민할 것이다… 그의 위태로움은 파트너인 우리에게 모두 전가된다.


휴무나 스케줄을 신청하는 일은 2주 전까지 가능하다. 중요하다고 표시하는 스케줄은 대체로 반영해 주려고 노력하는데 그건 한 달에 두 번만 쓸 수 있다. 나는 5개월 간 5번도 신청하지 않았다. 학교와 교회로 인해 나만 고정 스케줄인 게 죄송하기도 하고(고정 스케줄은 흔하지 않다), 화목에만 쉬어야 하니 어차피 다른 휴무는 넘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주말에도 가끔 스케줄을 신청한다. 결혼식이 있다거나, 중요한 모임이 있다거나 할 때만 스케줄을 올린다. 점장은 스케줄 신청 현황을 볼 때마다 탄식한다. 모두가 배려 없이 스케줄을 신청하고 자신에게 똥을 싸지른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말로 내뱉는 그를 볼 때마다 인류애가 뚝뚝 떨어진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주워 올려 덕지덕지 발라야 한다... 나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벅스 파트너니까…


최근 우리 매장에 피바람이 불었다. 점장님이 좋아하는 아이돌 최애의 생일과, 파트너 3명의 결혼식 참석 날짜가 겹친 것이다. 정확히는 정말 겹치지는 않고 최애의 생일은 일요일이고 결혼식은 토요일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최애의 생일을 위해 1박 2일을 투자할 생각이었는지, 결혼식 참석에 대한 우리의 스케줄 신청이 부당하다고 그는 분개했다.


자신은 일을 위해 남의 결혼식에 불참하기도 하며, 설날과 추석 명절은 다 필요 없고 최애의 생일과 컴백일만 챙기면 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아무도 바라지 않은 배려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를 통해 깨달았다. 더구나 자기는 배려했으니 그만큼 돌려받기를 원한다는 건 억지라는 것도…


결국 그는 세 명의 신청자 중 나의 것을 기각시켰다. 본인은 휴무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내 요청을 희생시킬 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내게 결혼식 시간을 물어보고는 바로 답을 얻지 못하자, 청첩장도 안 받은 결혼식을 가는 거냐고 말하던 날에는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든 그냥 화를 내고 싶어서 이 대화를 하는 거구나, 나는 지금 욕받이구나.


그는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선포하는 식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이를 테면 대뜸 ‘갑자기 화상으로 바꾸셔서~’라는 식으로 말을 던진다. 그러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테니 ‘네?’ 하고 반문하게 된다. 알고 보니 내일 점장 지역 회의가 있는데 화상으로 바뀌었다며 그것도 몰랐냐는 식으로 추궁한다. 내가 점장들이 회의하는 것까지 챙길 여력이 있을 리 있나.


이렇게 본인이 열과 성을 다해 스케줄을 짜는데 가끔 파트너들이 몰라줄 때가 있다. 사실 파트너들은 잘 모른다. 그게 얼마나 고되고 피로한 일인지. 그렇지만 모르는 게 당연하다. 우리는 서로의 노고를 모른 채 일하기 마련이니까. 자신의 고통만큼 크고 명확한 감각이 없으니까. 어떤 날엔 우리의 무지함이 점장의 발작 버튼을 눌렀고, 그날 그녀와 함께 일한 파트너들은 귀에 피가 날 수밖에 없었다.


어떤 파트너가 마감을 많이 해서 힘들다는 말이라도 했나 보다. 점장은 그 길로 해당 월 스케줄 표를 뽑아서 마감자를 형광펜으로 하나하나 칠해두었다. 확인해 보니 내가 최대 마감자였다. 그 달에만 15번 정도... 그 사실을 전해주던 점장은 내게 ‘그래도 쉬고 싶은 날에 다 쉬었잖아요’ 라며 감지덕지하라는 듯 덧붙였다. 스케줄을 한 번 신청하기는 했지만 쉬고 싶은 날에 모두 쉬어본 적이 있을 수가 있나, 그가 타인의 언어만큼 본인의 언어를 검열하지 않는 게 야속하다.


휴무날 다른 카페에 와서 이 글을 쓴다. 쓰는 날 기준으로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라 너무 따끈하고 신선한 이야기다… 쓸수록 가슴이 답답하다. 그녀의 선전포고식 대화를 들을 때마다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뛰쳐나가고 싶지만 당장은 앞치마를 꼭 붙들고 서 있다. 그러니 허허… 네 그렇죠, 웃을 수밖에. 지나치게 웃으면 왜 그렇게 웃냐고 정색을 할 테니 여유로운 사회인의 마음으로 적당히만 웃도록 하자. 누가 또 그녀의 발작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