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동과 피곤의 상관관계

by 최열음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은 반복적인 노동, 그리고 그보다 질긴 피곤함이다. 철저하게 스케줄제로 진행되는 스타벅스에서 살아남으려면 이구아나처럼 빠르게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 노동 말고도 다른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일을 하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학업과 교회와 연애와 글쓰기가 있었다. 그 일들 모두 중요해서 스타벅스에 밀려서는 안 되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도태되지 않도록 투두 리스트를 철저하게 썼다. 보통은 마감을 하기 때문에, 공부나 글이나 약속을 위해서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야 했다. 보통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학교를 갔다가, 수업을 듣고 부랴부랴 일을 하러 왔다. 그런 루틴을 종강까지 15주 동안 반복했다. 주 5일 근무이지만, 수업 시간 때문에 화요일과 목요일을 쉬어야 했으므로 주말은 무조건 출근이었다. 온전히 쉬는 날 없이 일주일을 버텼다.


주말에는 교회 일정이 있었다. 토요일 오전이면 회의가 있었고, 주일은 점심 먹고 나가서 예배와 모임과 일을 마치고 열한 시에 귀가했다. 다른 날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주말에는 그 무게가 더 크게 느껴졌다. 쉬는 날 없이 달리다 보면 번아웃이 오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에는 초반에 고비가 왔던 것 같다. 개강한 지 한 달 정도 된 시점이었을까. 처음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라고 하기도 애매한 게, 시험기간이었다. 근무 없이 공부와 과제만 한 게 휴가였다.


휴가를 다녀오니 노동에서 벗어난다는 게 얼마나 달콤한 일인지 알았다. 피곤할 것도 복잡할 것도 없었다. 첫 휴가를 나왔다가 복귀하는 군인처럼, 정말이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매 순간 나를 평가하고 가르치고 지적하는 곳으로 돌아가는 건 아득하기만 했다.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람, 어느 쪽이 더 어려운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은 사람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스타벅스에서의 일은 매일 새롭게 갱신되는 챌린지 같았다.


아직 관성이 없는 노동자는 주문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올 때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일한다. 일단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최상의 서비스를 기대하며 다른 카페들과 다르기를 바란다. 그게 얼굴에 쓰여 있다. 너희는 좀 다르잖아, 대기업이잖아- 매일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을 해야 했고, 죄송하지도 않으면서 죄송한 척을, 감사하지도 않으면서 감사한 척을 했다. 온갖 위선과 척이 난무하는 곳에서 가면을 쓰고 서 있었다.


가장 힘들고 고단한 것은 러시 아워였다. 그야말로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우리는 오피스 매장이기 때문에 열두 시에서 한 시반까지 피크 타임이다. 지쳐있지만 밥을 먹었으니 다시 힘을 내겠다는 직장인에게 커피를 하나씩 쥐어주어야 했다. 우리의 영혼을 갈아서 그들에게 부스터를 제공했다. 커피를 만드는 자나 먹는 자나 비슷한 마음일 거였다. 피크 타임에 우리 매장은 세 명이 음료를 만들고, 한 두 명이 주문을 받고, 한 명은 매장 전반을 관리했다.


그건 하나의 팀이었고, 한 명이 무너지면 모든 균형이 깨질 수 있었다. 그러니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나는 주로 손님들을 콜링(calling)하고 음료를 마무리해서 내보내는 역할을 했다. 테트리스처럼 쌓인 주문을 하나씩 처리하는 건 짜릿했으나, 한 시간 동안 정해진 멘트를 꽥꽥 지르다 보면 목이 절로 욱신거렸다. 한 분의 고객, 한 잔의 음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 비전이니까… 미소를 걸고 고객과 소통했다. 나의 피곤이 전해지지 않으려면 웃는 수밖에 없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집에 오면 보상 심리와 피곤함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다가 잠드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적응되고 나니, 탄력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어떻게든 마무리하고 자야 했다. 대신 정말 쉬고 싶은 날에는 익숙한 미국 시트콤이나 익숙한 영화 한 편을 보고 잤다. 익숙한 것에 둘러싸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5개월 간 프렌즈와 모던패밀리만 돌려봤는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파트너들은 이제 지겹다고 말한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무료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성취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손님들이 들이닥치면 그런 생각도 사라지는 듯하다.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기 때문이고… 연륜과 경험으로 손발을 움직일 뿐이다. 카페 업무는 단순 노동이다. 한번 적응하고 나면 놀랄 일은 거의 없다. 신메뉴도 일정한 패턴과 암기 방법이 있으니, 사람 말고는 새로울 일이 별로 없는 셈이다.


나는 아직 지겨운 정도는 아니지만, 피곤함은 줄어드는 것 같다. 매일 5시간씩 움직이고 사람을 대해도 크게 피곤하지 않다. 집에 돌아와서도, 출근 전에도 다른 일을 할 여력이 있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말했던 어느 축구 선수처럼, 어떤 노동도 마음의 호흡을 따라간다. 나는 어떤 노동자인가… 주체적이고 싶은 노동자, 사유하는 노동자, 노동이 수단이 된 노동자, 본사가 싫지만 돈은 받아야겠는 노동자… 그냥 흔한 노동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