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빵, 커피, 유럽

by 최열음

지난 3개월 간 빵과 커피로 점철되었던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빵과 커피에 집착하며 살았는지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빵, 커피, 분위기에 취해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이 글을 씁니다. 처음부터 이런 글을 쓸 생각으로 유럽에 갔던 건 아니었습니다만, 제가 먹었던 거의 모든 빵과 커피를 사진으로 담아온 치밀함 덕분에 이런 글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빵, 커피, 유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너무 좋은 빵도 있었고 너무 좋은 커피도 있었습니다. 간혹 너무 좋은 카페들도 있었는데 그런 카페에선 부족한 영어로 사장님을 인터뷰할 뻔했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한가득이었지만 충분히 표현되지 않을 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카페가 너무 예쁘다는 말만 연거푸 드려야 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말을 붙일 생각도 못 했을 텐데, 유럽이라서 낼 수 있는 용기를 몸에 익히고 온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유럽은 빵과 커피가 비교적 저렴합니다. 그러나 가난한 여행자들에게는 빵과 커피도 꽤 영광스러운 사치였습니다. 마트 빵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는 꽤 오랫동안 빵을 사먹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우울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날에도 커피는 항상 마셨습니다. 둘 중에 하나만 있어도 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제가 찍은 빵과 커피 사진을 앨범으로 모아두었는데요. 기내식으로 먹었던 빵과 커피는 포함하지 않겠습니다. 더 맛있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돌아온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빵은 하나도 먹지 않았지만 당연하게도 커피는 매일 한잔씩 마시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먹었던 뜨끈하고 저렴한 플랫 화이트가 그리운 날들입니다. 이곳에서도 빵을 다시 먹으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 속에 있는 밀가루 반죽들이 아직도 소화되지 않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빵들 역시 아주 맛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먹고 싶은 것들이 또 생길 거라는 걸 압니다.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이 글을 쓰고 있겠습니다.


아주 뜨끈하고 고소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