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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Sep 23. 2024

열세 번째 재주넘기

조용한 아침

<글모 주제: 좋아하는 자연>



바라는 건 조용한 아침, 속이 보이는 바다, 향이 좋은 바람, 명랑한 새소리, 어김 없는 클리셰, 진득한 여행


자연은 무엇도 종용하지 않고 드세지 않으며

상처 주지 않고 기억하지 않는다.

자연에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지나가고 넘어서고 뭉개며 잊곤 하지만.


여행의 풍경에 들어가고 나서야 자연을 자연으로 인식한다.

이미 저기에 있었고

비로소 여기에 있구나


자연은 나를 저기에서 여기로 이끌어 온다.

대가가 필요하지 않은 사랑의 크기


자연 속에서 나는 비로소 아침을 맞은 사람

조용할 수밖에

존재만으로 유의미한 사람


자연과 봉사, 재활용, 동물, 비건, 시민 의식, 약자

어쩐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단어들 속에

내 것은 하나도 없지만


나를 둘러싼 세계

를 조명하는 시선

겨우겨우 내게서 벗어나 바깥을 넘보는 마음

억겁으로 무장된 자의식의 꺼풀을 벗겨내는 일


자연은 단 한 번의 외침으로 그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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