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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May 26. 2024

열한 번째 재주넘기

- 미래의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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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받는 사랑은 반의 반도 돌려주지 못한다고 하더라. 인생이 그만큼 짧고 인간이 그만큼 유한하다는 뜻이겠지. 받은 사랑을 짐작하는 것만큼 믿음이 필요한 일이 있을까. 아무리 세상에 반짝이는 게 많아도 결국 가장 빛나는 건 믿음인 것처럼. 오직 믿음이 너를 인생에서 구원할 거야. 너의 인생이 아니라 너를 인생으로부터 구원할 거란 말이야.


너로부터 돌려받지 못할 사랑이 내가 주는 사랑보다 많다고 해도. 그래도 어떤 망설임도 후회도 없이 너를 사랑할 거야. 그 사랑의 무게만큼 내 영혼이 채워질 테니까. 이제야 좀 사는 것 같다고 말하게 될 거야. 사랑이란 건 그런 거니까.


무작정. 언제나


무심코. 그러나


너를 낳은 그 순간 기억나? 넌 절대 기억하지 못할 그 순간이 내 생에 최고의 날이 될거야. 네가 모르는 나의 최고의 순간들은 당장 잊혀질 만큼. 그런 건 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순간이 올 거야. 내 몸을 찢고 튀어 나오는 너를 보면서 기쁨의 눈물만 흘리는 나를 봐. 정신은 가볍게 육체를 뛰어넘지. 그래서 우리는 영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는 거야.


너를 가르치려다 내가 배우는 순간이 너무 기대돼. 너의 순수한 말들이 나를 후벼파기를 기다려. 너에게만큼은 가장 아이가 아닌 나니까. 너에게만큼은 열린 어른으로 남아있고 싶은데 당연히 잘 안 되겠지. 내가 아는 것만이 전부라고 우기는 인간이 되지 않도록 나에게 소리를 질러줘. 내가 기만자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해줘. 우리집에서 너만은 충청도답지 않은 아이가 되어줘.


너의 시작과 나의 마지막이 꼭 겹쳐지기를 바라. 우리가 함께하는 그 조각난 평생이 서로가 없는 날을 버텨낼 힘을 줄 테니까. 나의 영혼을 너에게 줄게. 파도가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금세 잠잠해지는 것처럼. 그럼에도 바다는 계속 바다인 것처럼. 솟구치지 않는 바다로. 쏟아지지 않는 바다로 너의 곁에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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