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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May 21. 2024

열 번째 재주넘기

- 공감능력


미약한 공감능력이 가닿는 곳은 오직 시야에 드는 구석까지. 입에 들어오는 음식, 머리가 할 수 있는 생각, 눈에 익은 것들, 조금이나마 들은 것들. 여백은 어디까지나 여백.


꼭 아파봐야만 깊어질 수 있다는 착각과 오만 속에 비껴난 자들. 사람이니까 아파하고 사람이니까 슬퍼하고 사람이니까 기뻐할 수 있는데도.


바라는 미래는 겨우 잘 차려진 밥상, 단단하게 세워진 콘크리트, 햇빛 드는 창문. 함부로 연민할 수도 동정할 수도 없다고 말하며 함부로 연민하고 동정하기.


단 하루, 참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날. 발 빠른 누군가의 피드를 통해 엉금엉금 되짚어보는 가혹한 기억들. 아주 신중하고 조심스레 쓰여진 글들을 훔쳐와 내 생각인 척. 소화 되기 전에 쓸려나간 조각들.


누군가는 단 하루라도 가벼워지려 애를 쓸 텐데. 이토록 쉬운 날들. 슬픔은 나눌수록 배가 되지만 세계는 한 층씩 깊어지고. 심연으로 가라앉은 기억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보지만 남은 건 자잘한 거품뿐.


말을 고르고 골라 적절히 배치하는 동안 입을 잃고 허우적거리는 얼굴. 영영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평생에 단 한번이라도 내가 아닌 세계를. 멋대로 흘러가는 시간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고.


우주가 또다른 우주를 먹고

남은 2조 개의 은하를 내려다보는 신의 마음은 처절하다. 오직 그만이 완성할 수 있는 문장. 언제까지나 미완으로 기록될 미천한 나의 문장들 기억들 시선들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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