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 바그: 새 물결 프로젝트> 5편
두 번째 물결: 카페에서 일하는 동안 다정하기
알바하는 동안 여유와 다정을 장착하기로 했다. 장소는 카페. 실험은 이틀간. "여유와 활력 있는 삶"을 그리는 독자와 "긍정적인 태도"를 원하는 독자가 있었다. 스스로의 자리에 충실할 것, 후회할 언사를 하지 않을 것. 그러기 위해서는 여유와 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번에는 초보 언니와 함께 일한 날의 기록을 담았고, 오늘은 경력자 언니와 함께하는 날이다. 이 언니는 동시에 두 지점의 메가커피에서 일하며, 내가 일하는 매장의 오픈 멤버이다. 아직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최소 몇 년은 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손도 무척 빠르고 아는 것도 많으시다.
내 메가커피 경력은 (3년 전) 8개월, 그리고 지금의 3개월 정도. 스스로 많이 안다 자부했지만 언니에 비해서는 개울물 정도다. 그러나 손은 나도 빠르기 때문에... 일하는 데 있어서 뒤처진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오히려 언니가 빠르게 하려다 실수하는 순간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 나는 아무리 바빠도 치우며 일하는 편이고, 언니는 일단 해놓고 나중에 치우는 편이다. 아무튼 우리에게는 커피를 뽑는 지조와 신념이 있다.
그래서인지 언니와 묘한 다툼이 있었다. 다툼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실랑이랄까. 때는 지난주 화요일. 메가커피 단골 메뉴인 퐁크러쉬의 토핑을 두고 의견이 갈라졌다. 옵션이 '퐁 시리얼 변경'이라고 뜨면 그게 조리퐁인지 허니퐁인지를 두고 말이 오갔다. 나는 조리퐁인 것 같은데… 조리퐁이 아니라면 허니퐁은 화면에 어떻게 뜨냐고 되물었고, 언니는 허니퐁이 맞다고 포스를 누르며 보여주었다.
목소리를 높인 것도 아니었지만, 급한 와중에 묘하게 빈정 상하는 딱 그 정도였다. 카페에서 가끔 겪는 일이다. 결론은 언니가 맞았고, 내가 틀렸다. 그걸 깨닫기까지 정말로 내가 맞을 거라고 믿었다는 것,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그러니까 '나만' 맞을 거라고 생각한 거다. 오만한 인간.
실수를 바로잡고 언니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놓쳤고… 이미 지나버린 와중에 갑자기 언니 아까 그 조리퐁 죄송했어요~ 라고 하기엔 괜히 문제를 더 키우는 일 같았다. 그래서 그냥 우리의 카페 경험에 기대어 이해해주리라고 믿고 넘겼다. 그러나 일주일간 마음은 여전히 찝찝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일주일만에 언니를 다시 만난 것이다. 언니를 칭찬도 해야 하고 다정도 해야 하고 여유롭기도 해야 하는데. 그냥 언니를 다시 보는 것만도 어려웠다. 지난주의 내 과오가 아직 소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언니가 오고부터 기색을 살폈다.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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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언니는 어른이었고 우리는 카페 경력자였다. 그거 가지고 어색하게 굴 사람이 아니었구나. 우리는 순식간에 평소와 같아졌고 나는 언니를 칭찬할 가능성을 넘봤다. 평소에 나를 예쁘다고 칭찬하고, 젊다고 칭찬하고, 일 잘한다고 칭찬하는 언니를 생각했다. 나는 비슷한 걸 돌려준 적이 있었나.
동생도 아니고 언니나 오빠를 칭찬하는 건 정말이지 어색하다. 뭔가 아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예쁨 받고 싶다는 표현 같기도 해서이다. 순수하게 우러나오는 칭찬을 하고 싶은데 그런 건 속으로만 생각하게 된다. 말로 꺼내는 순간은 정말 희소하다. 그래도 뭐라도 써야 하니까 틈을 노려보자...
다행히 주말에 일하시는 분이 손님으로 와서 언니와 대화를 했다. 둘은 같이 일한 적도 없는데, 대화는 언니로 인해 물 흐르듯 전개되었다. 언니의 친화력에 감탄하며 지난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름도 모르고 같이 일한 적도 없는 분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질문하는 언니의 용기를. 쥐어짜낸 것도 아니고 그냥 몸에 밴 무엇이었다. 그런 데서 엄마의 관록을 느낀다.
두 분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다 조용히 말했다. 언니 사교성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언니는 어떤 공백도 없이 바로 내 어깨를 톡 치면서 뭐야~ 아니 그게 아니라, 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니에게 처음 하는 칭찬이었고 처음 보는 반응이었다. 칭찬을 받으면 눈을 가늘게 뜨면서 모야~ 하는 사람은 보통 나인데. 그 말 이후로 언니는 묘하게 더 밝아졌다.
사실 친화력이 좋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사교성이 좋다고 해버린 것이었다. 말하고 보니 무슨 강아지를 칭찬하는 것 같아서 이상했다. 사교적이시네요-도 아니고 사교성이 좋으시네요... 라니. 칭찬도 연습이 필요하다.
아무튼 언니의 사교성이라는 건 능청스러움에서 비롯된 것 같다. 엄마의 능청스러움은 때론 억척스러움이 되고 사교성이 되며 어느 날엔 강인함이 되는 것일까.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능력이 새삼 부러웠다. 함께 일하는 언니 두 명이 모두 애기 엄마라서 좋다. 엄마들의 깔끔하고 여유로운 마음에는 큰 기복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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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피크 타임은 12시 전에 시작되었고 1시쯤 끝났다. 간만에 압도될 정도로 바빴다. 언니는 1.5인분을 하려는 사람이라 아주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럴 때는 한 발 빠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언니가 잔뜩 메워놓은 자리 중 아주 작은 틈을 발견해서 치고 들어가야 한다. 초보 언니를 위해서는 일부러 큰 구멍을 마련해놓고 기다렸지만, 이 언니는 앞만 보는 경주마다. 그러면 나도 같이 달려야 한다. 가끔 뒤를 돌아보는 건 내 쪽이다.
손님이 빠지고 난 후부터 갑자기 아파왔다. 열은 나지 않는데 두통이 오고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다. 열을 뺀 감기 같았다. 어쩌면 긴장이 풀린 건지도 모른다. 지난 일주일 동안 언니와 다시 만날 날을 생각했으니까?... 언니한테 조금 아픈 것 같다고 말하니까, 에이~ 왜 이래~ 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아무래도 언니는 젊음이 회복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전에 발목이 아프다고 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조퇴까지 할 생각은 없으니까 조금 과묵하게 할 일을 마무리했다. 아프니까 몸이 굼뜨고 정확성도 떨어진다. 뚜껑을 한 번에 못 닫고 커피를 흘린다... 몸 전체에 힘이 없는 게 느껴진다. 챌린지를 하는 날이 아니었다면 사소한 데 찌그러져 화를 냈을 것이다(속으로). 그러고 보니 언니들은 보기에 아픈 적도, 힘이 없었던 적도 없다. 힘듦에 대한 면역 자체가 다른 걸까. 이 정도는 거뜬하게 넘겨버리는 언니들의 에너지를 해처럼 쬔다.
가끔 비는 시간에 우리는 저녁 메뉴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니가 아주 큰 혼잣말로 오늘은 뭐 먹나~ 하고 얘기하면 나는 뭐 먹어요??? 하며 눈을 반짝이고, 그러면 언니는 삼겹살을 먹는다 고 손을 모으며 이야기한다. 상추도 싸서~ 먹어야지! 하면 나는 어~ 부럽다 ㅠㅠ 저는 제육볶음 하려구요! 하면 언니가 요리도 해먹냐 고 묻고, 상추도 싸먹으라 고 덧붙인다. 아무래도 언니 집에는 상추가 잔뜩 있을 것 같다.
언니들과 밥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이 가장 명쾌하게 즐겁다. 일하러 오기 전에 밥은 먹었는지 묻고, 돌아가서는 무얼 먹을 건지 또 묻고. 그건 서로에게 가장 귀중한 안부를 묻는 일이다. 식사를 챙기는 건 안위를 챙기는 일이고, 딱 그렇게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러 우리에게 올 테니까. 커피를 몇 백 잔 뽑고 나서 집에 가면 언니는 삼겹살을, 나는 제육볶음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집에서 각자의 커피를 마실 것이다. 그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만드는 커피다.
다음주에 언니를 볼 때면 지금보다는 많이 추워져있을 것이다. 지난 주엔 반팔을 입어도 괜찮았고, 이번주엔 후리스를 입으면 딱 좋았는데, 아마 다음주는 패딩을 입어도 춥지 않을까. 날씨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우리의 감각이 참 다르다고 느낀다. 언니는 날씨가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내가 보기엔 아주 화창하지는 않을 때도 그렇다. 다행히 돌아오는 일주일은 언니를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각자의 자리에 충실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만나 마구 달리는 것이 우리 사이의 약속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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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물결은 무엇일지 아직 저도 모르겠습니다. 계획은 있으나 아직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여러분이 미지근한 겨울을 어떤 마음으로 통과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여유와 다정을 두르고 계시는지도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발송일 2023.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