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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낮잠 같이

퇴사일기

by 최열음

퇴사 4일차!


일찍 일어난 김에 그대로 외주 업무 시작.


오늘에야 조금 실감이 난다. 가장 크게 실감나는 이유는 노트북이 없기 때문… 회사 맥북 벌써 그립다. 컴퓨터 있는 동생 방에서 오전 내내 원고를 봤다. 다른 업무 없이 원고만 보니까…… 좋다. 집중력 꽤괜?


열한시 반에 일을 끝내고 점심을 차렸다. 집에 오래 머물게 된 기념으로 시켜둔 애슐리 통살 치킨을 적당히 먹고… 카페라도 나갈까 고민했지만 노트북이 없어서 포기.


보던 애니를 마저 보다가 아주 잠깐 낮잠을 잤다. 평소에 낮잠을 자면 끝도 없이 자는 잠체력 때문에 잘 안 잤는데, 오늘은 15분 자고 개운해졌다. 진짜 기적 같음


오후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소서 하나 보내고, 간만에 오후부터 배터리 없는 핸드폰 붙잡고 브런치 쓴다. 여름이 시작되었는지 이제 선풍기를 켜지 않으면 조금 답답하다. 선풍기를 거실에서 방으로 옮기면서 문득 생각했다.


‘일을 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


일년 반 전에 전업 글쓰기를 포기하고 첫 회사에 취직했다. 작은 출판사였고, 별다른 채용 공고 없이 내가 먼저 연락해서 간 곳이었다. 일단 글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다시 방향을 잡아보자,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전공을 살려 인사팀 쪽으로 취업을 준비한다. 어차피 내 글을 쓰는 일은 직업이 아니더라도 병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다.


다니는 동안은 길게 느껴졌지만 어쩌면 낮잠 같은 경험일지도. 여행이든 일이든, 당시에는 운명처럼 중요하게 느껴졌던 일들도 끝나고 나면 정말 찰나의 꿈 같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내 신념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모든 경험을 할 순 없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은 어느 정도 발품을 팔아야 맞는지 아닌지 깨달을 수 있다. 일년 반의 출판사 경험도 그랬다. 출판이라는 분야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체계가 있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는 판단이 생겼다.


아직은 생각이 좀 복잡하다. 연차 소진 중이라 실질적으로 퇴사 전이기도 하고, 외주를 하니까 회사와 집의 경계에 있는 느낌이라서? 내일부터는 오후를 도서관에서 보내려고 한다. 평일의 도서관에서 일도 하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적당히 야무지게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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