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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도서관 라이프

퇴사일기

by 최열음

퇴사 6일차.


어제 고대하던 집앞 도서관에 다녀왔다. 오전에 바짝 일하고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자소서 쓰기. 컴퓨터도 집보다 좋고 쾌적한데, 막상 원서 넣으려던 곳에 하나도 못 넣었다. pdf 저장하면 자꾸 깨지고 뭔가 파일 호환이 제대로 안 되는 느낌… 결국 도서관에서 작성 시작만 해 두고 집에서 마무리했다.


그래도 집 가기 전에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데 완내스~ 장류진 소설가의 여행 에세이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이다.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마침 있길래 한번 펼쳐봤다. 교환학생으로 떠났던 핀란드를 내내 그리워하다 15년 만에 다시 떠나는 이야기라고 했다.


핀란드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 온 친구와 함께, 핀란드에 다녀온 후로 모든 삶이 그 여행의 기억으로 물들어 있었다던 작가의 이야기에 너무 공감이 됐다. 그리고 그걸 가장 잘 공유할 수 있는 당사자인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이라니, 나까지 어린애처럼 방방 뛰고 싶은 심정이다.


매번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욕심만 내놓고 절반도 다 읽지 못하는 터라 이 책만 딱 한 권 빌려왔다. 앞으로 갈 일이 많을 거라고 믿기 때문일지도. 간단하게 바람떡에 삶은 계란을 먹고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났다.


카페에서 수다나 떨자, 하고 만났는데 생각보다 좀 멀리 가게 됐다. 청주의 자랑, 수암골이라고 아시는지요? 늦게까지 하는 카페가 많지 않아 결국 매번 가던 곳만 가게 된다. 어느 카페를 가든 이디야 분위기로 만들어버리는 수다 습성 때문에 이번에도… 아주 조금 말이 되는 밸런스 게임 + 사는 얘기 하다 보니 벌써 열한 시다.


어제가 퇴사 후 가장 알찬 하루였달까. 오전에 일하고 오후에 도서관, 저녁엔 약속까지. 딱 맘에 든다.


오늘은 서울 도서관이다. 저녁에 보컬 수업(취미 겸)이 있어서 올라오는 김에 가고 싶었던 도서관에 들렀다.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내부 라이브러리인데, 규모는 크지 않아도 뷰가 정말 좋다. 내 지도 어플엔 ‘도서관’ 리스트가 있다. 만든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전국 여기저기 가고 싶은 도서관을 저장해두었다. 퇴사하기 전부터 모아둔 애들인데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지금, 찾아다니기 딱 좋다.


전쟁기념관 내부 라이브러리


오늘은 날이 유난히 푸르다. 곧 장마가 온다던데 날씨와 상관 없이 맑은 마음이었으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기쁨이 떠나지 않았으면 한다.


7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기쁨은 그들의 곡식과 새 포도주가 풍성할 때보다 더하니이다

8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하게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이다

[시편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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