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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칠 수 없는 질문들

퇴사일기

by 최열음

퇴사 34일 차.


여전히 바브다…


매일 이력서를 넣었고,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지난주에 1차 면접을 보고 왔는데, 오늘 2차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HR 중에서도 딱 하고 싶었던 조직 문화, 교육, 콘텐츠 관련 일들이다.


1차에서는 다행히 준비한 질문들 위주로 나왔다. 그리고 면접 질문을 토대로 자소서를 수정할 인사이트도 좀 얻었다. 직무 전환의 연결 고리가 분명하지 않았고, 성격의 장단점 등을 추가하는 게 좋겠다. 회사마다 카테고리도 다르게 변주해서 보냈는데 이 두 가지는 꼭 보완해야겠다.


이전 회사의 외주 일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매일 두세 시간씩 해야 하다 보니 좀 애매하다. 노트북이 없으니 멀리 가기도 그렇고, 하다 못해 자취방에 가도 일을 할 수 없어서 하루 만에 돌아와야 한다…! 돈 받고 하는 일이지만 빨리 끝나길 바란다… 이번주까지는 마무리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퇴사한 날부터 계속 외주 일을 했다. 솔직히 라이프스타일은 퇴사한 게 적응됐는데 머리로는 아직 회사랑 끊어지지 못했다. 늦잠자는 것 말고 못 쉬겠는 이유가 돈이 없어서도 있지만 아직 일하고 있다는 자각 때문인 것 같다.


집에서 퍼질러 쉬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잘 놀러 다닌다. 일주일에 하루이틀은 재밌는 약속들이 있다. 이번주는 칭구들이랑 계곡에 다녀왔고, 지난주에도 친구들이랑 전시를 봤고, 지지난주엔 편집자님과 도서전에 다녀왔다. 쉬지 못하겠다고 했지, 놀지 못하겠다고 한 건 아니다 ㅎㅎ


교회에서는 여름 수련회를 준비하고 있다. 청년부 수련회는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찬양팀에게는 이제 본격적인 수련회가 시작되는 시기다. 어쩌면 청년부 찬양팀장으로서, 그리고 이렇게 매일 빠지지 않고 찬양팀을 섬기는 시점이 마지막일지도 몰라서 묘하다. 내년 여름은 결혼 직전일 것 같아서 얼마나, 어떻게 섬길 수 있을지 모른다… 다음주면 웨딩홀을 계약할 것 같다.


그래서 청년부 사역뿐만 아니라 유치부와 유년부 수련회도 돕기로 했다. 두 부서 모두 워십으로 섬기게 되었는데, 각각 워십이 5-6곡씩이라 생각보다 외울 게 많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뛰면서 찬양할 거라고 생각하면 기쁘다.


어느 때보다 습하고 텁텁한 여름이다. 뙤약볕이 아니라 물속을 허우적대는 기분이다. 최근에 이석증이 다시 한번 도지면서, 또 어디서 어떻게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곱씹었다.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건 여전히 일과 사역이다. 내 일을 똑바로 하고 있는지, 하나님과의 관계가 괜찮은지 돌아보라 하신다~


내가 못하고 있다, 점점 어렵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연쇄적으로 들곤 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게 모두 방해 같다. 이런 마음으로 사역하다 보면 피폐해질 테고, 결국은 하나님과 더 멀어질 테니까. 자격 없고 연약한 나를 쓰시는 것 자체가 은혜다. 나를 긍휼히 여기셨듯 나 역시 다른 이들을 긍휼히 여길 수 있길 바란다. 매일 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돌보는 사마리아인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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