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시작

by 최열음

스타벅스 근무 5개월 차에 이 글을 쓴다. 8개월 동안 유럽 여행을 자금을 모아야 한다. 벌써 절반이 흘렀고, 이제는 조금 아쉬워지려 한다. 조금은 애정이 쌓이기도 하고, 오래 만나고 싶은 파트너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애기 바리스타라 실수도 많고 가끔은 절지만… 그래도 적응을 해냈다는 게 대견한 마음이다.


5개월 차인 주제에 스타벅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글을 쓰는 거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신입이기 때문에 가장 기민하게 느끼는 것들이 있다. 머지않아 퇴색되고 도태되어 관성으로 일하게 될 것을 안다. 곁에 있는 수많은 파트너들이 그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숙하고 무뎌지기 전, 가장 처음인 마음으로 쓴다. 부적응의 상태, 억울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쓰려 한다.


이 글을 스타벅스 해방일지라고 부르고 싶다. 당장 끝나지는 않겠지만, 나는 어느 정도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이것밖에 없을 때가 있었다. 내겐 학교도, 교회도, 스타벅스도 있었지만 모든 걸 동시에 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곳에 가장 많은 마음을 쏟았다. 이곳만은 관성이란 게 전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게도 관성이 작용하기를 간절히 바라왔다. 편한 마음으로 일하러 가서 편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일하지 않는 동안은 그걸 잊고 살 수 있기를 바랐다. 이제는 다른 곳에 집중할 여력이 있다. 집중이 분산되기 시작한 만큼, 나는 해방되었다. 대학을 졸업했으니… 이제는 스타벅스와 교회만 남았다. 본래 0순위였던 글과 여행이 다시 위상을 찾았다.


이 경험이 휘발되기 전에 꼭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든 싫든 이곳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노동과 태도에 대해서. 그러니 중요한 일과 말과 생각을 모아 차곡차곡 쌓아두고 싶다. 이곳에서의 기억이 단순히 미화되거나 단순히 흑화되지 않도록, 가장 신선한 마음을 모아두고 싶다. 초록 앞치마를 두른 그린 에이프런 걸, 스타벅스의 세계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