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에 관한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국내에도 플랫폼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BNPL 서비스가 빠르게 도입되었습니다. 2021년에 네이버와 쿠팡이 BNPL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에는 카카오와 토스도 서비스 도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BNPL 서비스에 대해 이해하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주요 글로벌 업체들에 대해 소개해 드린 뒤, 전망에 대해서도 짚어보려고 합니다.
BNPL,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
BNPL(Buy Now, Pay Later)은 선결제, 후지급의 결제 모델입니다. 신용카드 회사에서 제공하는 후불결제 서비스 또는 외상과 비슷한 개념으로, 최근 온라인 커머스 영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 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일반적인 BNPL 결제 모델로는 무이자 할부금을 지정한 날짜에 지급하는 방식, 결제 단계에서 소액대출을 제공하는 방식 등 두 가지가 있습니다.
★ 무이자 할부금 지급 방식
무이자 할부금을 약속한 날짜에 지급하는 BNPL 결제 모델을 선택하면, 결제 당시 첫 할부금이 빠져나가고 이후 일정기간마다 지정 계화에서 할부금이 빠져나가는 식으로 결제가 이루어집니다.
방식은 신용카드 할부와 똑같지만, 신용등급을 확인하거나 자격심사를 하는 등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BNPL 이용내역이 금융기관에 보고되는 일도 없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소비자에게 특히 매력적인 옵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결제단계에서 소액대출 제공 방식
한편 결제 단계에서 소액대출을 제공하는 POS 파이낸싱은 매출 원천 다양화를 지향하는 BNPL 서비스 업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클라나와 BNPL 서비스 업체인 어펌(Affirm) 모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이자 할부 모델과 달리 소액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간단한 신용 확인 절차를 거치게 되며, 대출 이자도 지급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미납 대출금이 발생하면 신용점수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BNPL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은 자사 쇼핑몰 내에 BNPL 서비스를 적용하기 위해 비자나 마스터카드보다 2, 3배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많은 업체들에서 BNPL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BNPL 결제 옵션을 도입한 이후 이커머스 매출의 핵심 원천인 ‘평균 주문금액(AOV)’과 구매전환율이 향상되었다는 결과 때문일 것입니다.
페이팔(PayPal)과 애프터페이(Afterpay)는 “자사 서비스를 통해 평균 주문금액이 20%까지 올라갔다”고 발표했습니다. 어펌 또한 BNPL 결제의 평균 주문금액이 다른 결제수단 대비 2018년고 2019년에 각각 92%, 85%씩 높았다고 설명했습니다.
BNPL을 도입하는데 별도의 개발 리소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인기의 이유 중 하나입니다. BNPL 서비스는 API를 통해 쉽게 세팅할 수 있으며, 고객들 또한 별도의 도움말이 필요없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Gen Z와 같은 젊은 세대가 BNPL 옵션에 가장 열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CB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BNPL 사용자 가운데 75%가량이 Gen Z 사용자입니다. 이들은 신용카드를 선호하지 않고, 까다로운 절차가 없다는 점에서 해당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BNPL 시장 선도하는 사업자들
현재 미국에서는 클라나, 애프터페이, 세즐(Sezzle), 쿼드페이(Quardpay) 등 네 업체가 BNPL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BNPL 거래금액 기준으로 애프터페이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럽에서는 유럽 기반의 클라나 외에도 알마(Alma), 스칼라페이(Scalapay)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BNPL 서비스를 향한 소비자와 이커머스 업체들의 수요가 증명되자 주요 테크 플랫폼들도 BNPL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가장 이슈가 되는 건 애플(Apple)이 ‘애플페이 레이터(Appel Pay Later)’를 출시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미 아이폰과 애플페이를 통해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애플이 BNPL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다른 업체들을 긴장케 했습니다.
이밖에 시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전통 금융기관에서도 BNPL 모델이 관심을 가지고 각자 실정에 맞는 BNPL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고 합니다.
BNPL 시장, 어디로 가고 있나?
최근, BNPL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클라나와 어펌의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낙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CB인사이트는 “2021년에 BNPL 스타트업들이 사상 최고의 펀딩을 달성한 것”이라며 “2025년에는 BNPL 기반 총 거래액이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CB인사이트는 소액결제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BNPL 서비스가 가구, 전자기기 등 고가 제품군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가운데 43%가 자동차, 집 리모델링, 병원 등 다양한 분야에 BNPL 결제방식을 고려할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미국 BNPL 스타트업인 썬빗(Sunbit)은 자동차, 헬스케어, 덴탈 분야에서의 BNPL 소액대출을 제공하며, 이런 시장의 흐름에 일찌감치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화이트 레이블 형태의 BNPL 사업자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합니다. 화이트 레이블 형태의 BNPL은 BNPL 서비스 업체가 아닌, BNPL을 도입하고자 하는 이커머스 사업자의 브랜드로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입니다. 비유하자면 넷플릭스가 다른 제작사의 영상에도 넷플릭스의 로고를 붙여서 내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현재 어마운트(Amount), 라임페이(Limepay), 플레즈(Pledg)와 같은 기업들은 브랜드들이 화이트 레이블 형태의 BNPL 서비스 제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자사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BNPL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