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장거리 마라톤'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인수·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증폭되며, 그동안 과소평가 받아왔던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영역이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자율주행 업계에서 진가를 인정받으며 대세로 자리매김한 ADAS 기술 관련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비오니어를 잡아라", ADAS 비즈니스 강화 위한 인수 '전쟁'
7월22일,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Magna International)가 운전자 보조 시스템 개발사인 비오니어(Veoneer)를 38억 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해당 인수가 성사되면 마그나가 ADAS 업계 리더로 꼽히는 앱티브(Aptiv)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마그나가 인수 계획을 발표한 날부터 2주 뒤인 8월5일, 미국의 통신 반도체 기업인 퀄컴(Qualcomm)이 마그나가 제시한 인수 금액보다 8억 달러 많은 46억 달러를 입찰가로 제출하며 비오니아 인수 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마그나와 퀄컴의 이런 움직임은 ADAS 공급업체인 앱티브, 콘티넨탈(Continental), 보쉬(Bosh) 등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인수 '전쟁'이 ADAS 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주식시장은 퀄컴의 입찰에 반응하는 분위기입니다. 퀄컴이 인수에 '참전'한 이후 비오니어의 주가는 4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마그나의 인수 계획 발표 당시 주가인 19달러보다 28% 높아진 것입니다. 마그나가 퀄컴을 상대로 반대 입찰을 제출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 비오니어 3개월 주가 변동 추이
전문가들 마음 속 '대세'로 자리 잡은 ADAS, "기술 확장에 더 용이"
ADAS 기술 공급업체들은 완전한 자율주행 기능을 달성할 때까지 점진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나가는 상향식(bottom-up)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자율주행 레벨1이 갖춰야 할 차선 이탈 방지 등 기능을 상용화한 이후, 레벨2에 해당하는 핸들 조작 등 기능을 하나씩 추가해 나가는 것이죠.
일부 전문가들은 ADAS 진영의 상향식 접근방식이 자율주행 기술을 확장함에 있어 문샷(moonshot) 접근법보다 더 적합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샷은 처음부터 레벨4를 목표로 삼는 자율주행 접근방식인데, 웨이모(Waymo)·오로라(Aurora) 등 자율주행 업체들이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상향식과 문샷, 두 가지 접근방식을 비교해보면 문샷을 뛰어넘는 상향식 접근방식의 장점 2개를 보아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ADAS 기술을 자동차 회사에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수 백만 대의 자동차에 이미 운전자 지원 기술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농후하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는 '로보택시: 구글과 아마존이 잘못된 기술을 지원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기사 내용의 핵심은 ADAS 공급업체들의 활약으로 문샷 진영의 로보택시 투자가 매몰될 위험에 처해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진영의 방식이 먼저 자율주행에 이를지는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 마음 속에 ADAS가 상대적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레벨2에서 레벨4로 가는 길은 없어!", 문샷 진영의 상반된 주장
포드와 폭스바겐이 지원하는 자율주행차 기술 스타트업인 아르고AI의 알렉스 로이 이사는 ADAS의 운전자 지원 시스템과 문샷 진영의 자율주행 시스템의 차이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의 차이만큼 예리하고 분명하다고 힘 줘 말했습니다.
그는 에스컬레이터와 달리 엘리베이터에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작업자가 필요했다며, 이것이 바로 운전자 지원 시스템과 자율주행 시스템의 차이를 표현할 수 있는 비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고층건물 같은 경우에는 에스컬레이터보다 엘리베이터가 훨씬 더 적합하다며, 자율주행차가 최적의 유즈케이스가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에둘러 피력했습니다.
문샷 진영에 속하는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의 존 크라프칙 전 CEO는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레벨2에서 레벨4로 가는 경로는 없다"며 "둘 사이에는 오직 거대한 틈만 있을 뿐"이라고 문샷의 접근 방식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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