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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Aug 20. 2023

책 한번 써봅시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책 한번 써봅시다]


정밀 유도무기, 감시정찰, 통신장비, 항공전자/전자전에서 우주, 위성, 로봇, 유무인복합체계에 이르는 최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방위산업계에 몸담고 있다 보면, 어린 시절 읽었던 SF(Science Fiction) 소설의 현장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가끔은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의 극히 일부로도 (보안에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재미없는' SF 단편 하나는 뚝딱 하나 써 낼 수 있겠다는 망상에 빠지곤 합니다. 


사실 SF와 방위산업은 궁합이 썩 잘 맞는 편입니다. SF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더 확장된 세계, 광대한 시간을 다루는 문학임에도, 내부적으로 완결된 논리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있을 법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죠.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H.G 웰즈의 '타임머신' 등의 작품과 함께 태동한 근대 SF는 수많은 아이들이 과학도이자 모험가로서 꿈을 키우게 한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등 영미 SF의 3대 거장이 출현하며 과학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특히, 당시 SF 작가 중 여럿이 '국방과학' 또는 '방위산업계'에 몸담았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K-방산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한 오늘날, 국내에서도 방산업계 출신 SF 작가가 출현하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봅니다.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시기에 장강명 작가님의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게 된 것은 꽤나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제가 작가님을 처음 본 장소는 90년대 하이텔 SF 동호회 모임이었습니다. 모범 공대생의 아우라가 돋보이는 분이었죠. 조금은 날카로운 인상에 약간은 과묵하고, 때로는 대중적이지는 않은 유머를 선사하셨던 것 같습니다. (웃음 포인트를 잡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세월이 흘러 군 복무를 마치고 취업을 한 후 C그룹 홍보실에 앉아 있던 시절, 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의 홍보 담당 연락처를 묻는 D일보 기자였습니다. 담당자 이름 및 핸드폰 번호를 알려준 뒤, 제가 아는 그 '장강명'님이 맞는지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하셨고, 잠시나마 서로 반갑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과감한 도전으로 전업작가가 되셨다는 소문이 들렸고, 어느덧 '스타'의 반열에 오르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댓글부대'와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기도 했습니다. 잠시나마 알던 분이 본인의 꿈을 이뤄 나가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입니다.  


'책 한번 써봅시다'는 작가의 마음가짐에서 시작해 소설과 에세이, 논픽션과 칼럼 쓰기에 이르는 '실전 책쓰기 기술'을 담은 책입니다. 저자는 책 쓰기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막막한 분야'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달콤한 말을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엉뚱한 내용을 길게 늘어 놓는 그저 그런 작법서도 아닙니다. 다만, 매년 꾸준히 2,200시간 이상을 책 쓰기에 전념 중인 작가 장강명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실전 기술'이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는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는 작가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합니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당신이 하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작품을 몇 편 발표하기 전에는 당신 자신을 포함해서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오랜 욕망을 마주하고 풀어내면 분명히 통쾌할 거다. 가끔은 고생스럽기도 하겠지만 그 고생에는 의미가 있다.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하는 것을 포기하자. 의미를, 실존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중심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눈앞에 있다.


사회 곳곳에서 '쓰는 직업'이 과연 생산적인 일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을 수많은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메시지입니다. 


책을 읽으며, 그간 저자의 생각들을 엿본 것 같아 조금은 겸연쩍기도, 때로는 즐겁기도 했습니다. 시대와 어느 정도는 불화해야 하는 작가로서의 고민도 느껴졌지요. 역시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작가'는 어렵지만 훌륭한 직업인 것 같습니다.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독서노트 #책한번써봅시다 #장강명 #책쓰기 #글쓰기 #한겨레출판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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