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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Aug 22. 2020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닮는다 

다시 한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공포가 온 사회를 짙게 드리우고 있는 8월 중순의 주말,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었다.

나는 강북과 강남 그리고 판교에서 직장 생활을 해 봤다. 도심의 외관으로 본다면 판교가 가장 세련됐고, 강남은 멋지고 번잡하다. 강북은 고풍스럽지만 많은 것이 낡고 구식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강북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젊고 반짝이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기분 좋게 한잔 걸칠 수 있는 나름의 사연이 담긴 노포와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많았던 것이 좋았던 것 같다. 강남도 그런 곳이 있지만 무언가 빠르고 삭막하다. 판교는 세련됐지만, 길들과 가게들이 너무 '깔끔'해서 때로는 사적인 낭만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왜 그런 것일까? 이 책이 어느 정도의 힌트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닮는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도시가 단순히 건축물이나 공간들을 모아놓은 곳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도시는 우리의 삶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도시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과연 더 행복해지는지 아니면 피폐해지는지에 대한 그만의 답변을 들려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건축물에 대해 약간의 관심이 있다면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총 15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 가끔은 궁금해했을 아래 주제들을 다룬다.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뉴욕 이야기 / 강남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 사람이 만든 도시, 도시가 만든 사람 / 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한가 : 포도주 같은 건축 /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 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 / 열린 공간과 그 적들 : 사무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죽은 아파트의 사회 / 왜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좋아하는가 / 뜨는 거리의 법칙 / 제품 디자인 vs 건축 디자인 / 동과 서 :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 /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

읽기 쉬운 책이다. '어려운 이론'을 끌어오지 않고, 직관적인 상식과 저자 나름의 논리로 우리가 부딪치고 살아가는 도시의 형성과 변화의 과정을 알기 쉽게 이야기한다. 우리 주변의 '건물'과 '거리' 등을 풍부한 사례로 들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삭막한 광화문과 정감 있는 신사동 가로수길과 명동을 '속도'의 개념으로 풀어낸 논리가 그럴듯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또 하나의 '미덕'은 '고풍스럽고 멋스러운' 옛 건축물이나, 서양의 '우아한' 빌딩들이 '절대선'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단지 그 건물들은 그곳에서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선택'한 결과물일 뿐이다. 지금은 도심의 미관을 훼손한다고 비판받는 성냥갑 아파트들이 먼 후세에 '자원절약형 건물'로 조망 받을 수도 있다. 부유층이 만든 고지대의 저택들이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의 상징물로 보존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잠시나마 즐겁게 읽을 수 있던 책! 도시와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권하고 싶다!


#도시는무엇으로사는가 #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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