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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Sep 12. 2020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현실과 망상이 뒤섞인 즐거운 밤마실 X 불타는 청춘의 짝사랑 분투기

답답하기만 한 마스크를 쓰고 버텨내야 했던 무더위도 기세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 중순의 주말 새벽, 모리미 토미히코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읽었다.

모리미 토미히코라는 작가를 처음 접한 날은 2017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이었다. 일본 SF 대상 수상작이라는 마케팅 문구에 혹해 집어 들었지만, 전혀 SF스럽지는 않았던 '펭귄 하이웨이'를 읽고 '이거 정말 재밌다'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지난해 12월 '유정천 가족'을 접하고 '유쾌한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접한 그의 작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다양한 상상과 망상을 통해 평범한 일상을 신나는 환상과 모험의 세계로 바꾸는 재주가 한껏 돋보이는 소설이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검은 머리의 귀여운 후배를 짝사랑하는 선배 남학생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그는 마실을 하듯 밤거리를 거닐며 여유롭고 즐겁게 일상과 망상의 경계를 거니는 그녀의 뒤를 쫓아, 길거리의 돌멩이처럼 이리저리 채이며 수난의 질주를 계속한다. 

여유롭게 마실을 즐기는 그녀와 비틀거리며 넘어지고 날아가며, 술이 취하고, 매운 음식에 정신줄을 놓으면서도 짝사랑을 향한 신중한 열정으로 질주하는 그의 주위로는, 악덕 수집가에게 책을 빼앗아 세상에 돌려보내는 헌책 시장의 신, 고리대금업자이자 독특한 애주가인 이백 씨, 공중부양을 하는 남자, 비단잉어를 키우는 닳고 닳은 중년의 아저씨, 공중부양을 하는 대학생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온갖 사건을 몰고 달려온다. 그리고 이들은 한데 어우러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을 현실과 망상이 뒤섞인 애매하고도 유쾌한 '세상'으로 이끌어간다. 

개성이 넘치는 문장도 볼만하다. 여자와 남자 주인공이 번갈아가면 서술하는 방식이 이어지는데, 흥미롭게 술술 읽힌다. 저자의 탁월한 문장 덕이겠지만, 번역도 매우 잘 된 편이다. 

흡입력 뛰어나 주말 새벽 한 번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책을 덮고 나니 만족감과 여운이 남는다. 오랜만에 '강추'할만한 재미있는 '소설'! 

#밤은짧아걸어아가씨야 #모리미토미히코 #소설 #독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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