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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Sep 26. 2020

공간이 만든 공간

문화의 진화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형태들


그래도 한민족이라고 생각했던 집단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이 사살되고 불태워지는 '야만'과 '충격'의 사건에,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9월의 주말, '공간이 만든 공간'을 읽었다.

이 책은 인류가 지리, 기후적 환경 제약을 극복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만들었으며, 건축물은 그러한 '노력'의 물리적 결정체라고 이야기한다. 엄청나게 많은 재화와 인력이 소요되는 '건축'은 '문명'의 거대한 '역사'이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의 지혜가 필요했기에,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가 '투영'되는 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양과 동양의 건축물이 다르고, 한국과 중국과 일본이 또한 다르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동양과 서양의 건축물의 특징이 융합된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공간이 만든 공간'에서는 미래에도 건축물은 인류 문화와 기술의 총아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을 만들어내겠지만, 또한 기술의 무한한 발전에 대항해 건축물의 다원성을 기반으로 한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우리의 삶의 형태와 건축물의 모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견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구성하는 건축물들이, 왜 이런 식으로 '구성'되는지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제시하는 좋은 책! 다만 전반부까지는 제법 흥미롭지만, 후반부터는 다소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다소 학술적인 문장과 단어가 보는 사람을 지치게 할 수도 있으니, 건축과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약간의 상식이 있는 분들이 보면 좋겠다. 

어린 시절 나는 인천 수도국산 자락에 위치한 자그마한 근대식 2층 가옥에 살았다. 일제 시대에 지어졌다는 그 집에는 큰 방과 작은방 사이에 제법 길쭉한 마루가 있었고, 부엌 사이로는 툇마루도 있었다. 마당의 꽃밭에서는 아름드리 향나무와 온갖 꽃들이 자라났다. 마당 건너편에는 부엌과 작은방이 딸린 자그마한 별채가 있어서, 젊은 부부들이 세를 살기도 했다. 

'향나무집'이라고 불린 그 집에서 툇마루에 앉아 강아지, 고양이와 놀거나, 빗방울 소리를 듣거나 빨랫줄 위로 날아온 잠자리가 노니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즐거운 추억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 집이 너무 싫으셨단다. 외풍이 슝슝 불어오는 한겨울에는 새벽마다 연탄을 갈아야 했고, 끼니마다 부엌에서 식사를 마련해 안방으로 옮겨내는 것도 작지 않은 일이었다.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쥐들도 골치였다. 어느 날 개수대에 빠져 죽은 쥐를 보고 가슴이 철렁하셨단다.  그래서 인천 현대제철 맞은편 구역이 재개발되고 아파트들이 들어서자 얼른 이사를 가셨다. 그 이후로도 한두 번의 이사를 했지만, 아파트가 정말 편하고 좋으시단다. 

이 책을 보면서, '아파트'라는 공간이 시대의 필요해 의해 만들어진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아파트가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공간이만든공간 #독서 #서평 #유현준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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