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홍보와 조간 스크랩

언론홍보의 기본 중의 기본

by 방산톡톡
언론홍보의 첫걸음은 아침 스크랩이다.


홍보조직이 있는 회사는 나름의 형태로 기사 스크랩을 한다. 여건이 되는 회사는 지면 매체 중심으로 클리핑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대행사 등에 외주를 주기도 한다. 과거에는 인쇄지에 깔끔하게 복사해서 임원실에 돌리곤 했는데, 최근에는 PDF 형태로 메일을 전송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기사 제목과 직접링크로 표를 만들어 주요 경영진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임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겠지만, 어쨌든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라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 같다.


십수 년째 업무상 아침 일찍 나와 신문을 본다. 흔히 조간 당직, 아침 스크랩 등으로 불린다. 회사에 따라 5시 30분에서 8시 30분까지 시간은 천차만별. 가급적이면 해당 회사의 주요 임원진이 출근했을 때, 종이 문서 또는 이메일로 올려 드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십여 년 전에는 아침 조간신문, 점심 이후 나오는 석간, 저녁에 나오는 가판을 스크랩했다. 칼로 신문을 자르고, 불투명 종이테이프로 A4 용지에 붙이는 것에는 나름의 기술이 필요했다. 칼날이 무디거나, 자를 때 각을 잘못 세우면 여지없이 신문이 처참하게 찢기곤 했다. 지문이 묻어나지 않게 요령 있게 테이프를 붙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도 아침 일찍 나와서 멋들어지게 A4 용지에 붙이고, 매체명/지면/날짜 란이 있는 도장을 쾅쾅 박아 넣고, 복사해서 돌리는 작업은 나름 재미있는 일이었다.


요즘은 흔하지 않지만, 과거 큰 회사의 홍보실에는 당직대라는 것이 있었다. 보통 연합뉴스 단말기가 앞에 있었고, 그 날의 당직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론보도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실시간으로 보고해야 했다. 새벽에 신문을 클리핑 하는 것으로 업무가 시작됐고 저녁 9시 뉴스가 끝나야 일과가 마감됐다. 일반적으로 당직자는 다음날 출근시간을 약간씩 늦추어 주는 것으로 보상을 하곤 했다.


어느 순간 PC로 클리핑 작업이 가능한 '스크랩 마스터'가 나왔다. 그것은 정녕(!) 축복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능도 좋아졌고, '아이서퍼' 등 타 서비스 매체도 등장했다. 스크랩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기존에는 조간신문, 석간, 저녁 가판, 8/9시 뉴스를 보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지만, 이제는 온라인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뉴스는 실시간으로 뜨고, 키워드를 입력한 스마트폰도 수시로 보게 된다. 과거에는 관심 기사가 있을 때, 저녁시간 동아일보 가판대로 뛰어가서 전화로 보고하거나, 정말 급하면 인근 가게로 가서 팩스를 넣는 것이 흔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온라인 기사 링크를 메신저로 바로바로 전송하면 된다. 참으로 편한 세상이 됐다.


업무의 형태도 변했다. 종이신문의 비중 못지않게 주요 포털에 검색되는 기사의 중요성이 커졌다. 기존의 조간 스크랩의 비중을 줄이거나 온라인 링크로 대체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래도 아침 신문을 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지면 기사는 언론사의 프라이드가 걸린 일종의 '작품'이다. 그만큼 기사에서 공을 들인 테가 난다. 매체별 개성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박스형으로 누구나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는 언론사도 있고, 일필휘지식의 서술형을 중시하는 매체도 있다. 주제를 잡고 어젠다를 다루는 방식도 다르다. 하나의 주제를 쪼개서 세분화된 논리들을 표현하는 매체도 있고, 방향을 잡고 압축하는 것을 선호하는 신문사가 있다. 모두 오랜 고민을 거쳐 형성된 정체성일 것이다.


신문 스크랩이라는 것도 경영진 및 직원들이 회사 주변의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알기 쉽게 전달해주자는 의미가 큰 만큼, 요지를 간결하게 잘 소개한 '기사'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팩트가 너무 넘쳐서 혼란스러워도, 근거가 부족해도 아쉽다. 이왕이면 도표 같은 것이 첨부되어 한눈에 이해하기 쉬운 형태가 더 좋다. 요즘에는 PDF로 클리핑을 전달하니까, 아무래도 A4 용지에 최적화된 편집에 손이 더 간다. 길쭉하거나 분리된 기사보다는, 사각형 형태의 기사가 문서화하기 편하다. 중요한 주제의 경우는 논조 별로 2~3 개 정도의 기사를 포함하게 되는데, 그 차이를 보는 것도 재밌다. 십인십색이다.


시대가 흐르며 형태도 바뀌고 있지만, 신문스크랩은 홍보 업무의 기본 중의 기본이며, 전문성을 기르는 첫걸음이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리드가, 더 들어가면 논조가, 시간이 지나면 매체, 더욱 공력이 쌓이면 기자들의 특성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월요일과 주말판, 섹션별 특성, 업종별 지면 및 특성 등에 대해 이해가 쌓이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기자님'들과 소통하거나 '일'을 하기도 더욱 편해진다.


이 보도자료는 언제 배포해야지 지면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겠구나... 인터뷰는 이 분께 연락해 보는 것이 좋겠다, 요즘 트렌드에는 이런 방향의 취재를 제안해 봐도 좋겠구나 식의 '생각하는 힘'이 생긴다.


어쨌든 아침의 종이신문은 내게는 귀한 스승이다.


그리고 업(業)과 배움을 함께 한다는 것은 나름 행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 홍보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