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산톡톡 Mar 21. 2021

나를 부르는 숲

광활한 산과 숲을 걷는다는 것의 의미!

촉촉한 봄비가 내리고 길가의 나무에도 노랗고 푸른빛이 돋아나기 시작한 3월 중순의 주말, '나를 부르는 숲'을 읽었다.

이 책은 트레일 종주, 이른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산과 숲길을 끝없이 걷고 또 걷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빌 브라이슨과 스티븐 카츠는 어느 날 갑자기 조지아 주에서 메인 주에 이르는 3천360킬로미터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하기로 결정한다. 지식과 전문성이 일천한 그들의 산행은 실수와 시행착오의 연속이지만, 또한 뜻깊은 경험과 변화를 겪기도 한다.  

음담패설이 섞인 미국식 화장실 유머가 다수 있기는 하지만, 낯선 곳에서의 재난과 두려움을 인간적인 위트로 받아넘기는 따스한 시선과 때로는 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며 지금 이 순간도 빠르게 파괴되고 있는 위대한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저자의 호소가 가슴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회사 업무로 미국의 앨라배마와 조지아 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어두운 밤에 자동차로 끝없이 펼쳐진 숲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달리는데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한 나무들 위로 무시무시하게 번쩍이는 붉은 보름달을 보니, 정말 '늑대 인간'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았다. 이렇듯 광활한 자연을 마주하며 걷고 또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설레고 두려우며 힘들고 즐거울까!

결론을 말하면, 저자는 애팰래치아 트레일 종주의 끝을 맺지 못한 채 모험은 다소 흐지부지한 결말을 맞이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도 때로는 '돌아갈 산과 숲'이 있음을 기억하며 가끔은 가슴 설렐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있게 하지 않을까. 지구별의 사람들은 대부분 조금은 부족한 존재니까.

미국의 대자연을 마주하며 끝없이 걷고 또 걷는 여행기는 유쾌하며 흥미롭고 때로는 잔잔한 감동을 건네준다. 다만 420페이지에 걸쳐 빽빽하게 이어지는 텍스트의 나열은 때로는 사람을 지치게 할 수도 있다. 여행, 산행, 둘레길, 트래킹, 등산 등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

#나를부르는숲 #빌브라이슨 #애팰래치아트레일

작가의 이전글 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