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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Apr 17. 2021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회장님의 글쓰기


한낮이면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살에 완연한 봄이 찾아왔음을 느끼게 되는 4월 중순의 주말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를 읽었다.

부제인 '기업인 박용만의 뼈와 살이 된 이야기들'에서 표현했듯,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이 쓴 글이다. 

이런 류의 책은 펼치기 전부터 무언가 선입견을 갖게 마련이다. 전문 작가를 고용해 멋진 글을 쓰신 것이 아닐까. 필시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도전과 시련의 역사!'를 담았을 것 같다. 자서전류의 책은 해당 기업의 임직원들에게는 '무한한 감동(?)을,  취업 준비생에게는 모종의 '가이드라인'을 그리고 이외의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식상함'을 주는 도서가 되기 쉽다. 이른바 서고 장식용으로 제격인 법이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일단 재밌다. 기업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개인사, 경영 일선에서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그가 지켜온 가치와 꿈꿔온 미래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사진작가, 아마추어 요리사, 미식가, 주말 봉사자로서의 다채로운 경험담도 한가득이다.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 것 같은 회장님이 주말마다 골목길로 사진 찍으러 다니고, 성당 앞자리에 앉고 싶어서 은근히 신경전도 벌이며, 가톨릭 구호 봉사 단체 '몰타기사단' 한국 지부를 이끌고 있는 것은 물론 요리봉사하다가 실력이 꽤 늘었다는 식의 진솔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특히 후반부 이르러 신부님, 수녀님 들과의 다양한 일화를 소개하며 가톨릭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것을 보면, 정말 '자신감'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따금 킥킥거리면서 읽게 되는 즐거운 책이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의미,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 소외된 이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 자원봉사의 소중함을 다룬 일화들을 읽다 보면 숙연해지기도 한다. 436페이지에 달하는 제법 빽빽한 책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읽었다. 

괜찮은 산문집이다. 문화/예술/종교계의 고명하신 분들이 쓰신 작품들과는 또 다른 담백함과 생생함이 묻어난다. 산문집을 좋아하는 일반 기업의 직장인들에게 권해보고 싶은 책!

참고로, 저는 두산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

#독서노트 #그늘까지도인생이니까 #회장님의글쓰기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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