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의 현란한 즉흥 단편들!
황사와 미세먼지에 뿌연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은 5월의 2번째 주말, 김영하 작가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읽었다.
이 책은 '검은 꽃', '너의 목소리가 들려', 살인자의 기억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랄랄라 하우스'등으로 유명한 김영하 작가가 세계의 다양한 장소에서 즉흥연주를 하듯 마음 가는 대로 써 내려간 매혹적인 작품 열세 편을 엮은 단편집이다. 악어의 모습으로 찾아왔다 사라진 아름다운 목소리, 중학생 동창과의 기묘한 하룻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거론하며 본인이 로봇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와의 만남 등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상식을 뛰어넘는 다양한 사건들이 책장 사이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정말 손 가는 대로 썼구나.", 읽다 보면 여실히 느끼게 된다.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획하고 고민한 일반적인 상업 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환상문학, SF, 로맨스, 미스터리 등 장르의 변용은 물론 시에 가까운 초단편까지, 작가가 내키는 대로 즉흥적으로 마구 써 내려간 느낌이다. 물론 저명한 작가답게 필력이 받쳐주니 나름 읽을 만하기는 하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 독자는 읽어봄 직 한 단편집이다. 폭력과 외설을 넘나드는 내용도 다수 포함된 만큼, 아이들에게는 권하기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