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소외된 이들이 만드는 작지만 큰 '서사'
대한민국의 내일을 이끌 '높으신 분'을 뽑는 대선가도가 본격화된 2월의 3번째 주말 '천 개의 파랑'을 읽었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천선란 작가님의 약력 때문이다. 작가님은 나와 같은 인천에서 태어났고 지금 사는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안양예고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천 개의 파랑'은 올 들어 읽은 7권의 책 중 가장 재미있고 감명 깊게 읽은 'SF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시대, 기술, 제도 등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다. 안락사 당할 위기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 하반신이 부서진 채로 폐기를 앞둔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는 소녀 '은혜', 아득한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연재', 동반자를 잃고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애도를 반복하는 '보경'. 상처받고 약한 이들은 서로가 연대하고 힘을 합쳐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 나간다.
무엇보다도 실수로 만들어져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하는 로봇 기수 '콜리'가, 크고 작은 상처와 부족함은 있지만, 마음만은 따스한 인물들과 소통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희생하여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준다. SF가 과학문명의 발전 혹은 퇴보를 바탕으로, 우리 삶의 본질을 '예견'하는 장르라면, '천 개의 파랑'은 그 목적에 참으로 부합하는 소설이다.
워낙 잘 쓴 소설이라 술술 읽힌다. SF에 대한 관심 및 이해가 없어도 읽어 내려가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남녀노소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