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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ads May 16. 2020

참외 달리다

시골버스 


방역 기준이 느슨해져서인지 횡성과 원주를 오가는 왕복 버스의 차량 횟수가 늘었다. 그동안 감차되어 버스가 드문드문 왔었다. 그런데 왕복 버스 대수가 늘더니 버스 노선도 늘었다. 횡성에서 원주로 가는  8차선 대로를 따라 가면  원주 시내까지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다시 본래의 노선이 회복되었다. 원주공항에서 옆으로 어어지는 좁은 시골길로 버스가 들어간다.  2차선의 좁은 시골길을 거의 15분 이상 달려서, 4차선 도로인 '원대' 정류장으로 나온다. 자가 운전하고 원주로 갈 때는 시골이 있는지 몰랐다. 원주 외곽의 시골이다. 집에 와서 모바일로 검색해보니 무려 12개 정도의 버스 정류장을 경유하게 된다. 


길이 고불고불하다. 버스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곳에는 마을, 요양원도 있고, 작은 농업형 공장도 있다. 아마도 출퇴근 시간에는 승객이 있을 듯하다. 어쨋든 내가 탄 버스는 원주로 갈 때, 돌아올 때 모두 버스 운전수가 전속력으로 달린다. 고불고불한 좁은 길을 곡예하듯 달린다. 마치 무언가 쫒기듯 달린다. 아마도 운행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인가보다. 버스 밖으로 사람도 다른 차량도 보이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은 길가 나무가지와 나뭇잎들 뿐이다. 그림같이 정지된 풍경이 이어진다. 8차선 도로의 번잡한 거리에서 갑자기 모두 정지된 듯한 마을로 들어서면, 다른 세계로 시간 이동을 한 느낌이 든다. 이 때에는 승객들도 흔들리는 버스에서 나른한 표정으로 밖을 쳐다본다. 그리고 구부러진 길에서 8차선 도로로 다시 나오면, 꿈 여행을 마치고  현실 세계로 나온 듯하다.  


원주 시내에서 버스를 탄 승객들은 대부분 횡성을 가는 사람들이다. 원주 중앙시장에서 제일 많은 사람이 탄다. 버스 의자에 모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수의 사람들이 승차한다. 봄 빛에 느긋해진 표정으로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움직이고 있을 때 작은 소리가 났다. 노란 참외가 버스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맨 끝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무릎에 올려있던 참외 봉투를 떨어뜨린 것이었다. 잠깐 잠에 빠지면서 손의 힘이 풀렸나보다.  참외가 통통 소리를 내며 움직이자 승객들이  모두 눈을  참외로 옮겼다. 참외 5-6개가 버스의 앞뒤로 좌우로 달렸다.  노란 색이 버스 바닥을 꽃처럼 흔들리며 오고갔다. 승객들이 자신의 의자로 가까이 온 참외를 잡았다. 나도 하나 잡았다. 올해 처음 손에 든 참외였다. 벌써 이렇게 큰 참외가 나왔나. 버스 운전수는 이런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였는지 아니면 상관하지 않는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렸다.  참외 주인은 비틀비틀 거리며 버스 안에 있는 기둥을 꽉잡고 참외를 수거하려 움직였다.  참외가 손 가득히 잡히는 크기니 동시에 두 개를 잡을 수 없다. 한 손은 기둥이나 의자 뒤의 손잡이를 잡으며 한개씩 날라서 다시 봉투에 담았다. 다행히도 깨진 참외는 없었다. 


횡성에 닿았다. 아줌마가 참외 봉투를 들고 내렸다. 노란색 꽃을 가득 담은 검은 봉다리가 아줌마의 손에서 흔들렸다. 여름이 곧 오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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