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다이어리

20'뒤죽박죽 두번째 이야기

by 코스모스처럼

뜻하지 않은 만남

터덜터덜 후문으로 다시 돌아가던 참이었다. “~하세요~하세요” 선배인지 아저씨인지 모를 님들이 내게 다가선다. 역시 다다익선, 행동도 여러 번 하면 누군가는 걸린다. 제 일 영업원칙에 나도 걸려들었다. 유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명문고에서 나는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났었다. 수업 시간에 같이 쪽지를 돌려줄 친구, 쉬는 시간마다 매점을 다녀와 줄 핫팩 친구, 그리고 주말마다 햄버거를 함께 먹을 찐친. 그 핑계로 나는 공부도 신앙도 좀 놓아버렸다. ‘대학 가면 뭐든 열심히 해야지.’ 그런 내 결심이 밖으로 새어 나왔는지 기독 동아리에 딱 걸려버렸다. 뜻하지 않은 만남 1.

기타를 치고 첫 신입생 환영 공연을 해주던 3인방 중 가운데 앉아서 내 취향의 목소리를 들려주던 그는 내 취향의 남편이 되었고, 그것이야말로 뜻하지 않은 만남 2.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겨울 방학마다 만나는 단짝 친구 주영이가 있었다. 이국적으로 예뻤던 그녀는 지금 터키에 산다. 아무튼 우리는 만나면 노래를 불렀다. 작사가는 주영이었고 가수는 나였다. 내 N잡 버킷리스트는 CCM 가수. 만약 기록을 했다면 그때 그 가사가 유치했을법 하지만 그때 우리는 제법 진지했고 겨울마다 행복했다. 그렇다면 나는 당연히 동아리에서도 노래를 불러야 했다. 그런데 나를 매료한 건 다름 아닌 워십(몸찬양이라 부른다). 카코 바지에 크롭티를 즐겨 입던 내가 꽂힐 게 아닌 것에 꽂혀버렸다. 뜻하지 않은 만남 3.

드라마에 나오는 대학 입학식은 참 드라마틱 하더만. ‘아빠가 시키는 대로 하기’로 시작한 (드라마에 나오는) 대학으로 터벅터벅 홀로 걸어간 첫날부터 시작된 나의 뜻하지 않은 만남 세 가지는 돌이켜보면 운명이라 받아 적는다. 어디에? 내 마음에. 가끔 아니 자주- 인생은 뜻하지 않은 것을 받아들이고는 의미 부여를 하게 한다. 왜 그랬을까? 그럴 수밖에 없었지. 그랬어야 했겠지.


뭐 썩 나쁘진 않은 결말. 결국 아빠가 권했던 전공은 대학 생활 내내 간간이 그리고 서울 상경 전 잠깐 월드컵 응원 띠 둘러매고 진행한 수업, 지금은 내 직업이자 돈벌이가 되어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뜻하지 않은 만남 2는 참 착하다. 착한 사람. 한가지 소원이라면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 좋은 선후배로 남았으면 하고 뒤늦게 블랙홀에 빌어본다. 결말이 확실한 열린 결말이다.

뜻하지 않은 만남 1·3은 내 인생에 남겨 준 게 너무나 많다. 사람을 사랑하게 해주었고, 빼곡한 스케줄러 기록을 취미로 누리게 해주었으며, 언제든 만나고 싶고 만나면 좋은 선후배들을 지금까지 만나게 해주었다.

나는 I이면서도 E다. 전문가에 따르면 사회적 I성향. 익숙한 사람과 직업 안에서는 외향성을 드러내지만 혼자인 시간을 오롯이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익숙한 게 좋아지고 E에서 시작한 나의 성향은 반직선처럼 조금씩 I로 이동해 왔다. 내가 뜻하지 않은 만남을 즐기며 반직선으로 그려오던 캘린더에는 IMF 최단 시간 극복이라는 국제적인 기록과 밀레니엄 그리고 세계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는 일기 그리고 지워진 페이지를 넘어 어느새 40.

번안) 이 소설의 시작을 다시 써보려 해.

온 세상의 모든 게 다 앞으로 움직여. 지금 나는 계속 반대로 뒷걸음질 치며 그날의 나에게 돌아가고 있어. 뜻하지 않은 만남 너무 아픈 결말. 난 이 소설의 시작을 다시 써보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