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먼지
“스카치 한 잔이요, 얼음 없이.”
맥주가 청량함, 와인이 낭만을 주는 술이라면, 위스키는 그 이름만으로 묵직함을 주는 술이다. 꼭 지친 일과를 끝낸 어른이 마시는 술 같다. 꼭 멋드러진 수트를 입어야 할 것 같고 말이다. 조금은 고독한 술처럼도 느껴진다. 위스키를 마시며 고통을 감내하는 이름 모를 주인공의 모습이 겹친다. 킬유어달링에서도 역시 즐거울 땐 와인을 마시지만, 실연의 고통을 잊고 싶을 땐 위스키를 마신다.
처음 먹었던 위스키는 가격만큼이나 그 맛도 묵직한 어른의 술 같았다. 와인을 좋아하게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신 위스키는, 그야말로 향이 지독한 알콜이었다. 이름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높은 도수만큼 술을 넘길 때마다 내 식도가 어디에 있는지 뜨겁게 느낄 수 있었다. 첫 위스키는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딱, '글렌피딕 15년'을 마셔보기 전까지.
위스키는 왠지 무겁고 어렵지만, 사실 나에게 딱 맞는 위스키를 만날 때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술임은 분명하다. 그럼, 낯선 위스키의 세계를 함께 찍먹해보자.
위스키는 곡식을 베이스로 만든 증류주다. 술은 발효주와 증류주로 나뉘는데, 무얼 발효시키고 증류하는지에 따라 주종이 달라진다. 쉽게 말해 과일을 발효시키면 와인, 곡식을 발효시키면 맥주, 와인을 끓이면-증류하면- 브랜디가 되고 맥주를 끓이면 위스키가 된다. (그렇다고 편의점 맥주를 끓이진 말자.)
위스키는 크게 싱글몰트와 블렌디드로 나눠진다. 싱글몰트는 한 가지 곡물로 만들었고, 블렌디드는 여러 곡물을 섞어 만들었다. 앞서 언급한 ‘글렌피딕'은 싱글몰트, 흔히 양주의 대명사로 알려진 ‘발렌타인'은 블렌디드에 해당한다. 블렌디드는 여러 곡물을 섞어 만든 만큼 밸런스가 좋아, 맛도 부드럽고 대중적이다. 그렇다보니 세계 위스키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발렌타인을 비롯해, 시바스리갈, 조니워커, 제임슨, 로얄살루트, 잭다니엘 등…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유명한 위스키는 대부분 블렌디드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술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반면 싱글몰트는 한 가지 곡물로 만들다 보니 개성이 뚜렷한 편이다. 글렌피딕, 글렌모렌지, 발베니, 맥켈란 등… 요즘 2030 사이 인기를 끌고 있는 위스키 중엔 싱글몰트가 많은 편이다.
그런가 하면 위스키는 원료 이외에도 생산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생산지는 한정되어 있어 세계 5대 위스키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가장 먼저 '스카치 한잔 주세요'의 그 '스카치' 위스키다. 스코틀랜드(Scotland) 지방에서 엄격하게 생산해낸 위스키에만 스카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대부분의 위스키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여기에 속한다. 앞서 싱글몰트와 블렌디드의 대표주자로 소개한 글렌피딕과 발렌타인도, 스카치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음은 '버번'으로 대표되는 아메리칸 위스키다. 아메리칸 위스키 가운데 켄터키에서 생산한 것을 특별히 버번이라고 부르는데, 편의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잭다니엘이나, 하이볼로도 유명한 짐빔이 여기에 해당한다.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 다른 음료와 섞어먹기 좋은 무난함이 특징이다.
이외에 ‘제임슨’으로 유명한 아이리쉬 위스키, ‘라이'로 알려진 캐내디언 위스키, 그리고 재패니즈 위스키가 있다. 재패니즈 위스키에는 하이볼로 자주 볼 수 있는 산토리 위스키가 포함된다.
직접 마셔보는 것만큼 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방법은 없다. 위스키는 아주 저렴한 것도 한 병에 2-3만 원 정도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맥주나 와인보다는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저렴하게 마셔도 꽤 괜찮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나 맥주와 달리, 위스키는 슬프게도 가격에 비례해서 맛이 좋아진다. 술 뒤에 붙는 ‘15년', ‘30년' 같은 숙성 년수 때문인데, 이 기간이 길면 길수록 맛이 좋고 그만큼 더 비싸기 때문이다. 너무 저숙성된 경우는 추천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10만 원 정도면 괜찮은 위스키 한 병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맛도 모르는데 10만 원을 선뜻 내기란 참 어려운 일. 그래서 거금을 들여 위스키 한 병을 장만하기 전에, 위스키 바에 가서 한잔씩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비교적 가격은 높지만, 여러 잔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스키가 처음이라 위스키 바에 방문하는 것이 두렵다면, ‘코블러'라는 위스키 바를 추천한다. 방문한 곳은 연희동에 위치한 ‘코블러 연희'. 이곳의 특징은 메뉴판이 없다는 점이다. 마시고 싶은 느낌을 바텐더에게 말하면, 좋아할 만한 술을 추천해주거나 직접 만들어준다.
내가 이번에 마신 위스키는 싱글몰트 스카치인 ‘글렌모란지 퀸타루반 14년’과 '아란 소테른', 블렌디드 아메리칸 위스키인 ‘1776 제임스 E. 페퍼 라이’다.
서론에서 소개했듯 먹어봤던 위스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글렌피딕 15년이었기에, 비슷한 느낌의 위스키를 추천해달라 요청했다. 그래서 추천받은 것이 바로 '글렌모란지 퀸타루반 14년'. 달달한 포트와인 캐스크(통)에서 숙성을 해 향이 달달한 편이었다. 부드럽고, 비교적 가볍고 상큼한 싱글몰트였다. 마시다 보면 고소하고 자잘한 꿀 향이 나는 기분도 든다!
같이 간 콜리가 마신 ‘아란 소테른’은 포트와인보다도 훨씬 달달한 디저트 와인인 '소테른' 캐스크에서 숙성을 해 달달한 정도가 강했다. 굳이 글렌모란지와 비교하면 이쪽이 더 묵직한 단맛이었다.
가벼운 것을 마셔봤으니, 다음은 좀 더 깊은 풍미! 역시 원하는 것을 말씀드리니 추천해주신 것이 블렌디드인 ‘1776 제임스 라이 위스키’다. 위스키에서 깊은 맛을 원한다면 도수가 받쳐줘야 한다고. 높은 도수와 묵직하면서도 스파이시한 끝 맛이 특징이었다.
좋아하는 칵테일이나 와인, 혹은 싫어하는 느낌이 있다면 그대로 바텐더에게 말해주면 좋다. 이런 식으로 위스키 바에서 한두 잔씩 마셔보며 마음에 드는 위스키가 있다면, 한 병 장만하면 된다!
술잔에 아무런 첨가 없이 그냥 술만 마시는 걸 ‘니트’하게 마신다고 한다. 독하게 느껴질 순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풍미가 옅어지지 않아 좋다. 혹은 얼음을 바닥에 넣어 ‘온더락’으로 마시는 방법이 있다. 강한 맛의 위스키를 얼음에 희석해 조금 더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위스키 맛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니트'를 추천한다.
위스키를 니트하게 마시는 것이 그 진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더 다양하게 위스키를 즐기는 방법은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시는 것이다. 대표적인 주종이 바로 하이볼! 잭다니엘에 콜라를 섞어마시는 잭콕이나, 짐빔이나 산토리에 탄산수/진저에일을 섞은 하이볼은 꽤나 익숙하다. 비교적 저렴한 위스키에 탄산음료를 섞은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남대문시장에서나 양주를 구할 수 있었다면 이젠 집 안에서도 바로 양주를 구할 수 있다. 위스키를 접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바로 앱 ‘데일리샷’. 집 주변의 가까운 위스키 파는 곳이 어디인지도 알려줄 뿐 아니라, 앱에서 미리 술을 주문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바로 픽업이 가능하다. 접근성 좋고 합리적인 가격이다!
지금 바로 <데일리샷>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들 중 입문용 위스키를 몇 가지 추천하고자 한다.
Q. 그 유명하다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맛보고 싶다면?
: 글렌피딕 12/15년, 더글렌리벳 12년, 달모어 15년.
워낙 유명한 것들이라서, 입문용으로 마셔보기도 역시 좋다. 가격은 숙성 년수가 길수록 비싸다!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저 숙성년수의 제품을, 처음이니만큼 좀 더 제대로 된 것을 먹고 싶다면 높은 숙성년수를 추천한다.
Q. 조금 덜 유명하지만,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가볍고 상큼한 맛을 원한다면?
: 오켄토션 쓰리우드.
요 친구는 내가 장만하고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Q. 독특한 싱글몰트보다는, 무난하고 저렴한 블렌디드를 원한다면?
: 몽키숄더.
부담 없는 가격에 맛도 무난해서 역시 입문용으로 좋다. 너무 저렴한 것은 추천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먹을만한 위스키 중 하나다!
위스키는 정직하다. 오랜 숙성을 거친 위스키일수록 그 맛과 향이 깊으며, 그만큼 높은 가격을 자랑한다. 그 가격에는 세월의 흐름과 그 흐름을 견뎌낸 묵묵함, 만든 이의 노력과 정성도 함께 녹아있다.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위스키를 볼 때면, 그 병 안에 담긴 시간을 감히 가늠하고 싶어진다. 그 깊은 풍미는 그 어떤 것이 아닌 오직 시간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므로.
이 글이 낯선 위스키의 세계로 여러분들을 초대했길 바라며, 나의 ‘글렌피딕 15년'처럼 여러분도 자신만의 ‘첫 위스키'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출처:
IMDB (https://www.imdb.com/title/tt1311071/mediaindex?ref_=tt_mv_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