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일영
한국을 대표하는 이 플러팅 멘트가 나온 영화가 <봄날은 간다>임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대사가 전국민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라면이라는 음식에 내포된 코드를 모두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3분 만에 툭 끓이고, 간단하고, 짭짤하고, 좀 자극적이고. 라면이 아닌 다른 음식이었다면 섭섭했을 것이다. 갑자기 찌개를 끓이거나 밥을 해준다고 하면 부담스럽다. 진짜 밥만 먹이려고 데려왔나 싶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상우는 북엇국, 은수는 라면으로 비유된다. 둘 다 훌륭한 해장음식이지만 북엇국은 푹 끓여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반면 라면은 확 땡기면서 3분 만에 조리가 끝나고 끓고 나면 순식간에 불는다. 혹시 라면을 더 맛있게, 정성스럽게 끓이면 은수의 마음이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 에디터들의 숨겨둔 라면 비법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했지만 작품에 충실하기 위해 은수가 끓였던 신라면으로 라면 종류를 제한했다.
라면에 든든함을 한 술 더해줄 라면누룽지탕을 소개한다. 중화요리집에 가면 찾을 수 있는 녹진한 해물누룽지탕을 오마주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라면이 단순한 음식이다보니 먹고 나면 뭔가 헛헛한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그것을 달래줄 비법 재료가 바로 누룽지다. 취향에 따라 눅눅하고 부드러운 누룽지가 좋다면 스프와 함께 투하하면 되고, 바삭한 누룽지가 좋다면 라면을 거의 다 먹고 난 다음 넣어도 좋다. 시리얼을 먹을 때와 비슷한 원리이다. 나는 해물누룽지탕의 팬이기 때문에 스프와 함께 넣어 누룽지를 부들쫄깃하게 만들었다. 누룽지를 무턱대고 많이 넣었다간 과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름 참 길기도 하다... 원래는 로제 신라면을 끓여 먹어볼까 싶어 트위터를 찾았는데, 이 레시피를 보자마자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표고버섯과 양파를 착착 썰어 면과 같이 넣고 끓이다 스프를 마저 넣고 뒤집어 가며 끓이기만 하면 된다. 이후 접시에 옮겨 채썬 대파를 얹고 참깨를 뿌려주면 완성이다. 라면 국물을 머금은 표고버섯 맛이 일품인 데다, 매콤 고소 향긋 쫄깃한 것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약간 느끼할 수도 있는 볶음라면 맛을 대파가 잡아 주는 것도 좋았다. 재료 손질이 귀찮지 않다면 일주일에 네 번까지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입맛 없을 때 한번쯤 드셔 보시길…
맛과 비주얼 모두 잡을 수 있는 라면 마제소바다. 먼저 파, 다진마늘, 다진 돼지고기, 라면스프를 한데 볶는다. 이렇게만 먹어도 아주 맛있어서 밥반찬으로 해먹기도 괜찮겠다. 면은 따로 끓여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고기볶음, 잘게 썬 파, 김가루, 계란 노른자, 진간장 한 숟갈을 얹으면 끝이다. 글로 읽었을 때에는 무척 간편해보이는 반면 사실 라면 요리치고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하지만 색색깔 재료들을 한 그릇에 담고 나면 라면으로 만들었다는 건 티도 안 날만큼 그럴 듯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감칠맛 나는 고기볶음도 꽤 매력적이라서, 스스로 5점 만점에 4.3점쯤 주고 싶다.
준비물은 신라면 한 봉지, 물엿, 설탕이 끝. 적당한 크기로 라면을 부숴 약불에서 중불 사이로 노릇하게 굽는다. 어느 정도 노릇노릇해졌다면, 물엿 4 아빠 숟갈, 설탕 2 아빠 숟갈 넣어서 쉐킷쉐킷~ 섞어준다. 그럼 안주로 딱인 달달 라면땅 완성! 그릇에 옮겨담은 라면땅을 신라면 라면스프에 찍어먹으면 극락이다. 골고루 라면을 구우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흠이지만, 만드는 방법은 이보다 쉬울 수 없다. 넷플릭스에 맥주 한캔과 함께 한다면 완벽 그 잡채!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라면땅, 드셔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