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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soon Oct 06. 2022

게으른 작가에겐 마감일이 필요합니다

2022년 9월 월간 일기

7월 30일, 오래도록 준비하던 장편 소설을 공모했다. 1년 전 같은 날 공모한 소설을 수 번의 퇴고를 거듭하고 결말을 포함한 내용을 수정하고 다시 보냈다. 이번 공모를 마치면서 절실히 느낀 건 마감일이라는 동기 부여 요소다.


소설 집필은 학생 시절에 다음 시간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도 아니고, 월급쟁이 시절에 맡아서 한 시한이 있는 업무도 아니다. 완성 후에도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퇴고의 퇴고를 거듭하는 과정이라 출판사와 계약한 작가가 아닌 이상 마감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마감일 비슷한 게 있다면 1년에 한 번 있는 국내 제일 큰 규모의 장편 소설 공모전의 마감일이 그런 걸게다. 이번에도 마감 주에는 매일을 글에 몰두하며 밤을 새우다시피 글을 쓰고 썼던 글을 몇 번이고 뒤집어엎으면서 마감일 우체국 업무 종료 시각 20분 전에 소인을 확인한 뒤에야 하나의 작업을 끝낸 성취에 젖었다. 올해 들어 밀도가 제일 높았던 일주일이었다. 어느 때보다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을 또 만들어낼 수 없을까? 게으름 가득한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때의 몰입감은 8월에 뒤늦게 찾아온 늦더위와 함께 잊혔지만 9월 들어 다시 그리워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생각하고 밤에 눈을 감기 전 내일은 어떤 글을 쓸까 설레건 시간. 이를 가능하게 한 건 마감일이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매주 하루의 마감일을.


부족한 게 많은 이야기지만 지인 중에 글을 좋아하는 분, 글을 쓰시는 분, 혹은 내 글에 관심 있는 분들이 더러 있어 완성되면 보여달라고 했었다. 작년에 공모한 원고는 제대로 된 이야기라고 할 수 없는 처참한 수준이었다면 다행히 올해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수준은 되었다. 그래서 매주 한 명씩, 청첩장을 전달하듯 원고를 전달할 사람과 약속을 잡고 그날을 그 주의 마감일로 만들었다.


부끄럽지만 이런 제목의 소설입니다


첫 번째는 춘천에 있는 매력적인 공유 서재의 서재지기 님. 두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한 그는 멋진 글을 쓰는 분이라 사실 공모전 제출 전에 미리 보여드리고 의견을 듣고 싶었다. 아쉽게도 그때는 제대로 된 퇴고 과정을 거치지 못 한 글이라 전달하지 못했다. 늦었지만 그 분께 원고를 전달할 약속을 잡고 보여드리기로 했다. 두 번째는 글쓰기 모임에서 알게 된 두 명의 지인. 한 분은 글을 다루는 일을 하고 다른 한 분은 내 글을 좋아해 주셔서 완성되면 보여달라고 했었다. 글을 전달하면서 어떤 형태도 좋으니 피드백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총 다섯 명에게 전달했고 그중 세 분이 감상을 전해주었다.


7년간 혼자서만 붙잡았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감상을 듣는 건 부끄럽지만 설렌 경험이었다. 피드백을 주신 세 분 모두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읽었다는 평을 해 주었는데 어떠한 공모전이나 출판사 제안을 받지 못 한 아마추어 작가의 부족한 글이라 지인 버프가 들어간 칭찬으로 생각하고 우쭐해지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과장이 있는 칭찬일지라도 이제는 나의 자식 같이 느껴지는 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었다는 생각은 피드백을 받은 그날 하루 내내 입꼬리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칭찬 외에도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조언은 이 전에 혼자 글을 쓰면서 들었던 생각과 비슷한 것도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관점이라 놀라운 점도 있었다. 그 점을 참고하면서 글을 수정하려고 한다.


앞으로 일을 다시 시작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바쁜 일상을 보낼 테지만 지난 1년 간 작가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깨달은 나의 자아 성취는 온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기에 연말에 있을 다른 공모전을 대비해 주기적으로 나의 원고에 관심 가져줄 분들에게 원고를 돌리고 의견을 여쭤보려 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A4 100매를 조금 넘는 분량의 소설을 읽고 피드백을 남겨주실 의향이 있으시면 주소지를 적어 메일 보내주세요. 직접 제본하여 보내드리겠습니다. 어떠한 글인지 궁금하시면 이 전에 쓴 글 중 소개글이 있으니 읽어보시면 됩니다.


https://brunch.co.kr/@robinsoon/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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