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그리고 그 점을 이어 그리는 선
무역을 하며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주치기 마련이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다 똑같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은 누구 하나 똑같은 사람이 없기에,
때로는 수많은 대화 끝에 남남이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날은 몇 마디 대화만으로 깊은 인연을 맺기도 한다.
나는 무역에 발을 들인 이후 수차례 "업종"을 바꿔왔다.
때로는 대규모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매니저였고,
어떤 때는 디자인 회사의 신규 해외 아웃 소싱을 담당하였으며,
해외 초정밀 장비를 수입하여 유통하기도 했다.
결국 나는 해외에 파견되어 생활 화학 제품을 수입하다,
마침내는 음식 수출 사업으로 넘어왔다.
이런 나의 여정은 어떤 보부상과 같아서,
흐르는 은하수를 따라 세상을 누비며,
거쳐가는 도시들마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그들과 작별하는 삶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내가 세상에 뿌려놓은 점들은,
내가 그 점을 다시 찾아 잇기 전까지 그 점들은 그저 그곳의 흔적으로 존재한다.
나는 이윽고 때가 되었을 때,
그 점들을 찾아, 다른 점과 이어 선을 그리곤 한다.
그렇게 이어진 점들은,
새로운 선으로 뻗어나가,
조금씩 형태를 이루어,
종래에는 거 내한 그림으로 변모한다.
때로는 내가 이렇게 뿌려놓은 점들은 스스로 희미해지기도 하며,
다른 이들이 점들을 지워낼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공들여 뿌린 점들은,
반드시 어느 순간, 내가 필요한 그 순간,
나를 향해 빛을 내곤 한다.
그 빛은 너무나 밝아, 다른 누가 지워냈다 하더라도,
내가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
난 그렇게 그 빛들을 별 삼아 다시 세상을 여행할 길을 찾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