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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que H Aug 31. 2024

3주에서 한 달로 늘어난 이별

해외에서 한 주 더 보내게 된 당신의 남편

해외출장.

단어만 들어도 설레는 그 이름.


무역을 하는 사람에게 출장은,

업무의 꽃인 동시에 또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짧은 이별의 순간일 수 있다.


처음 내가 무역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

나를 가르쳤던 팀장은 해외에 나가는 것을 꺼려했다.

내게 해외출장은 새로운 세상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그런 팀장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점점 새로움이 퇴색되어 가고,

나 또한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

점점 길고 잦은 출장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할 무렵.

나는 그 팀장의 마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봄이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었다.

신 시장 개척을 위해 새로운 TFT가 구성되는 한편, 회사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를 준비 중이었다.


해외사업부장이었던 나는 그러한 움직임 가장 앞에 서 있었고,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기 위해 유럽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그 출장은 3주에 걸쳐 3개 국가 6개 도시를 방문하는 길고 힘든 일정이었다.


프랑스 리옹에서 시작한 여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시 프랑스는 전국적인 과격시위가 한참 진행 중이었는데,

내가 방문 예정이었던 리옹 역시 시위가 한참이었다.


이어서 방문했던 폴란드 또한 각종 이슈가 가득했고,

본래도 힘들 예정이었던 3주간의 출장은 

나를 탈진 직전까지 끌고 가고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출장의 마지막 여정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했을 무렵.

나는 이미 몸도 마음도 한껏 지쳐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집에 돌아간다는 기쁨과 안도감에 젖어 짐을 싸던 내게,

본사에서 한 통의 연락이 도착한다.


"7일 뒤 열리는 영국 버밍엄 박람회에서 영국 시장을 확인하고 복귀할 것."




사실, 남편의 부재는 기다리는 아내에게도 많은 고통을 준다.

나눠서 함께하던 모든 가사, 육아는 아내에게 쏟아져내리고,

주말은 온전히 아내 혼자 육아를 맡아야만 한다.


사실, 이런 육체적인 고통보다도,

아내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의 부재가,

아이에게는 함께하는 아빠의 부재가 마음속 더 큰 구멍을 만든다.


그렇기에 나의 출장 연장 소식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잘 티 내지 않는 아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아빠는 대체 왜 오지 않느냐 운다.

전화를 건 아빠는 죄인이 된 마음으로 이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장 길고도 힘든 일주일을 우리는 그렇게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게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출장을 꼽으라면,

이때의 유럽 출장을 고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내 마음속 깊이 박혀 아직까지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눈앞에 있던 희망이 갑작스럽게 멀어지는 것이

한 인간에게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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