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라운지에서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분들은,
대부분 항공 마일리지가 차고 넘친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나면,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순간이 온다.
나 또한 첫 출장으로부터 1년이 조금 덜 지났을 무렵,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쌓아 다이아 등급이 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스타 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를 이용할 때면,
비즈니스 라운지를 활용하곤 한다.
비즈니스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혜택의 개념보다는 잠깐 숨 쉴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가는 개념에 가깝다.
혼자 출장을 다닐 일이 많다 보니,
공항 안에서도 편히 쉬기 어렵다.
화장실 한 번 다녀오려 해도 짐이 걱정이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도 쉬이 움직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일정 수준 이상의 치안이 보장되는 비즈니스 라운지는,
긴 여정에서 잠깐 맘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이런 공항의 비즈니스 라운지는 나 같은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다양한 비즈니스 맨들이 모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가족단위 여행객이나 신혼여행객들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여행객들을 볼 때면 마음 한편이 시린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여기 가족들이 함께 와 있었다면."
"아내가 봤으면 좋아했을 텐데."
"저 사람들은 여기서 여행을 했겠지?"
그렇게 홀로 상상하며,
마음을 시리게 적시는 날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사회 초년생일 때부터 이어진 잦은 출장으로 1년 만에 비즈니스 라운지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내 가족들이 함께 라운지에 들어가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올해 초였다.
영국에서 한국으로 잠시 귀국하던 그 길.
그렇게 몇 년의 외로움을 지나 보낸 이후에서야,
나는 비로소 가족들과 그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음식은 별로였고,
아이 때문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좋았다.
이곳을, 나만의 외로움의 장소가 아닌,
내 아내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낸,
잠깐의 추억으로 덮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좋았다.
이런 내 마음을 지켜보며,
문득 작은 의구심이 떠오르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점차 고독한 무역상의 길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