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역상이다.
영어로 하면 Global businessman 정도가 되겠다.
가끔 Global trader라고 쓰는 분들을 만나곤 하는데,
나는 나를 소개할 때 businessman이라 하니,
내 정체성은 Global "businessman"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이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국제 사업가 정도가 되겠지만,
아직도 난 사업과 장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겠다.
다만, 적어도 사업에 대해 논하려면,
돈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논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이를 더 중히 여겨야 한다는 사실은 명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신뢰로부터 비롯되며,
신뢰는 약속으로부터 비롯된다 믿는다.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이었지만,
난 아직도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내게 지키지 않은 약속들을 잊지 않고 있다.
크건 작건,
그렇게 지켜지지 않은 약속은 내 마음속 깊은 상처가 되어 남았고,
그 상처들은 아물지 못한 흉터가 되어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딸이 태어나고,
처음 뒤집고,
처음 나를 아빠라 부르고,
걷고, 뛰고,
어느 날 나의 말을 조금씩 알아들어갈 때,
그 날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와 관계를 맺어왔다.
그 관계 속에서 우리 사이에는 작은 약속들이 생겨나고,
생겨난 약속들로부터 새로운 믿음을 쌓아 올려왔다.
이렇게 조금씩 공들여 쌓아 올린 우리 사이의 믿음의 탑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 너와 나의 성벽이 되어,
어떤 시련이 와도 우리의 관계를 지킬 수 있게 도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흘러 딸이 걷고 뛸 무렵,
자연스럽게 배운 딸의 거짓말과,
아직 어린 딸이 약속을 조금씩 어기는 것은,
내가 극복해야 할 또 다른 언덕일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면,
난 네게 윽박지르지 않고,
조용히 너를 안고 물어보곤 한다.
아빠와의 신뢰가 아직 두터운지,
혹여나 내가 네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닌지.
그렇게 우리는 함께 네 마음속 진심을 함께 살펴보고,
아직 너의 나에 대한 믿음이 굳건함을 확인한다.
그렇게 너는 한 걸음 더 성장하고,
우리 사이의 신뢰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