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que H Sep 16. 2024

아빠가 없는 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너와 함께하는 부족한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무역상으로 산다는 것은,

너와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나는 해외에서 보내고,

그렇게 남은 너를 두고 그리워하겠지.


하지만 너 역시 아빠가 없는 시간을 오롯이 견뎌내야 할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이별이 익숙한 삶을 너의 부모는 선택하여 가졌지만,

너에겐 선택이 아닌 주어진 삶이 되어버렸기에,

그렇기에 난 고민해야만 했다.


네가 아빠가 없는 시간을 네가 이겨낼 수 있도록,

그 자리가 날 위해 오롯이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너에게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지.




나 또한 바쁜 부모님을 가졌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야근이 잦은 직장 생활을 하셨고,

어렸던 나는 더 어렸던 동생을 데리고 어두운 밤이 올 때까지 텅 빈 집을 지켜야 했다.


외로움은 나의 오랜 친구였지만, 텅 빈 집은 어른이 다 되도록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나의 부모님이 선택했던 삶을 따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당신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고,

더 자주 집을 비우는 그런 직업을 가져버리게 되었다.


사실, 많은 고민을 했었다.

네가 세상에 나온 이후, 너의 작은 손을 보며,

내가 가진 세상의 깊이가 더해져 감을 느꼈으니까.


20대 중반 충격으로 다가왔던 바티칸 여행은 내가 갇힌 어항을 깨부쉈지만,

넌 나의 세상을 완성시켰다.


그런 널 두고 세상을 떠돌아야만 한다니,

내 직업을 포기할까 고민했던 날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난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난다.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나와 너의 엄마는 널 이곳에 두고 떠날 날이 올 것이다.


넌 눈물로 우리를 배웅하겠지.

하지만 어쩌겠나.

우리가 그런 유한한 존재로 태어난 것을.


그러니, 내가 너와의 관계에서 만들어가야 할 우리 사이의 추억은,

본디 내가 없는 시간을 네가 견뎌낼 수 있도록 쌓아 올리는 단단한 성이 아니겠는가.




내가 자주 듣는, 네가 말하는 "아빠의 운전 노래" 중, The Nights(Chlara)라는 노래가 있다.


"One day, you'll leave this world behind So live a life you will remember

언젠가는, 넌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니 기억할 만한 인생을 살아라.

These are the nights that never die"

그것들이 영원히 죽지 않을 밤이다.


난 네가 기억할 만한 아빠가 되겠다.


때로는 가장 친한 친구로,

때로는 너의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때로는 든든한 너의 울타리가 되어 너의 편에 서겠다.


그렇게 난 내가 없는 밤들도,

그리고 언젠가 돌아오지 못할 날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네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하겠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떨어져 있는 밤들을 준비해 가자.

이전 02화 네게 무엇을 남겨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