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에게 운명인 이유를 적는다
인생 밑바닥에 있을 때였다.
쌓아온 공든 탑은 모두 무너져 내렸고,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내 등에 칼을 꽂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너무도 모호하여,
그저 한 걸음만 나아가면,
편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날들이었다.
원망할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 누군가를 찾아갔던 성당에서,
내 구원의 빛을 찾았다.
그렇게 30살 여름, 난 22살이었던 아내를 만났다.
우리는 한국이 싫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국에서 겪은 시간들이 싫었다.
결혼 전부터 부단히도 해외 이민을 준비했고,
그런 우리에게 출산과 육아는 판타지 속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렇게 떠날 준비가 끝나갈 무렵,
코로나가 세상을 덮쳤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라 했던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에,
우리 부부는 우리의 인생 여정의 순서를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맨날 해외로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택한 나는,
내가 떠나고 빈 집에서 홀로 이겨내는 아내의 모습이 속상했다.
방랑하는 남편을 가진 아내는,
늘 나를 그리워하며 시간을 넘겨왔다.
그렇게 우리는 나를 조금 닮은 새로운 가족을 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너는 우리에게 왔다.
넓고 고요한 바다.
[洪 Serena Sea]
넌 그렇게 우리의 삶을 담을,
고요한 넓은 바다로 우리에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