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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딩 Jul 05. 2022

마지막까지 리듬 타

즐기는 거야

 피아노를 배우며 새삼 다시 알게 된 한 가지는 첫 연주에서 거의 승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대회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괜스레 이런 점을 깨달은 이유는 갑자기 마음대로 안쳐지기 시작한 부분이 1악장의 첫마디였기 때문이었다.


연습할 때 필수 물품 : 악보, 연습장, 허쉬 오버로드


 특히나 1악장은 음악 제목이 아르헨티나 '춤곡'인 만큼 박자와 리듬이 정말 중요한 곡이었는데 나의 연주에선 그런 요소들을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문제를 깨닫고 그 부분만 계속해서 신경 쓰자 오히려 더 소리가 나지 않았고 잘되던 부분도 하나하나 무너지기 시작했다. 왜 소리가 크게나야 하는 곳은 제일 힘이 없는 새끼손가락으로 쳐야 하는지, 제일 약하게 쳐야 할 부분은 힘이 제일 센 엄지손가락으로 쳐야 하는지 불평만 계속해서 늘어나기 바빴다. 


 선생님이 집중해서 더 올바른 곳에 올바른 소리가 날 수 있도록 손 모양을 바로잡아 주셨고 박자도 하나부터 세세하게 다시 세 주셨다.  박자를 더 신경 써서 셀 수록 지금까지 내가 박자를 하나도 안세고 쳤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 연주를 시작할 때 카운팅을 제대로 안세고 들어가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들을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연주가 시작되는 느낌이었고, 제대로 된 박자에 강약이 들어맞질 않으니 도대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알 리가 없었다. 

새로 알게 된 연습실은 교통이 애매해서 한 달 동안 열심히 따릉이를 타고 다녔다


 다시 처음부터 돌아간 느낌이었다. 메트로놈을 틀어놓고 어디를 기준으로 강약을 내야 하는지 일부러 하나 둘 셋 목소리로 카운팅을 해가며 중심을 찾았다. 중간에 박자를 세야 할 부분이 있으면 의식하기 위해 무조건 입으로 소리를 내 카운팅 하기 시작했다. 입으로 소리를 내니 당연히 몸도 박자를 따라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2악장에서 노래를 부르라고 한 것과 비슷한 계열이었다. 직접 입으로 소리 내니 그 영향이 더 직접적으로 왔다. 몸과 감정은 당연히 그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2악장이 직접 입으로 노래를 불러서 감성적으로 더 이입했다면 1악장 역시 직접 입으로 박자를 세서 몸이 그 박자를 타게 한 것이다. 몸으로 박자를 타고 있으니 저절로 춤을 추는 것과 같은 모션이 나와 혼자 웃음이 나왔다. 마치 클럽에서 사람들이 다 같이 박자를 타는 듯한 춤을 추는 게 연상이 되었다.

제일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인 개의 힘, 멕시코 마약 카르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래서 제목이 아르헨티나 '춤곡'이었나 싶다. 늘 지금까지 곡을 연습하면서 2악장을 빼고는 도대체 어디서 스페인권 문화를 느껴야 할지 몰랐다. 2악장도 어떻게든 이입하려고 조금 억지스럽게 상상한 부분도 있었다. 내가 접해본 스페인권 문화는 마약 카르텔 이야기나 라틴 팝 정도니 당연히 아르헨티나 작곡가의 민속적 성향을 이해하기란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적어도 이 곡이 왜 '춤곡'인지는 알겠다는 것. 그것 하나만 알게 되어도 음악을 또 새롭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회 이틀 전, 나의 리듬 타기는 교수님과 선생님의 마지막 조언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즐기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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