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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딩 May 31. 2022

아마추어 피아노 콩쿠르 준비

세상에서 가장 짧은 연주회를 열다

 모르는 사람 앞에서 연주를 해볼 일이 없으니 대회할 때의 긴장도 느껴볼 겸 친한 지인들을 불러 연주회를 열기로 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내가 피아노를 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내 연주를 보여준 적이 없어서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동네와 가까운 곳에 마침 적당한 가격에 연주회 홀을 대여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예약을 했다. 늘 연습실만 빌리다가 공연장을 예약하니 새로운 것 투성이었다. 기본적으로 예약해야 하는 시간의 단위 자체도 달랐고 단순히 네이버 예약에서 예약하기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곡을 해야 할지, 입장료 유무, 러닝타임, 인터미션 유무 등등 디테일한 정보까지 작성해서 공연장 측에게 전달했어야 했다. 단순히 10분도 안 되는 곡을 연주하기로 한 계획이 뭔가 일이 커지는 느낌도 들었다. 동시에 정말 제대로 해야겠다는 각성이 되기도 했다. 


 연주회 당일 세 시간 정도 다른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대회에 입고 나갈 옷과 신발을 똑같이 준비해서 공연장으로 갔다.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전화 한 번 전화를 했던 직원분이 계셨고 처음으로 대면해서 대회 리허설용 공연이고 소수의 친구들만 불러서 10분짜리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제대로 말해드렸다. 직원분은 이런 공연은 처음이라며 내 계획에 맞게 공연장 세팅과 내가 몰랐던 부분까지 자세하게 안내해 주셨다. 짧은 공연인만큼 대관 시간의 3/2는 내 연습시간으로 쓸 수 있어 공연 시작 전까지 대회가 시작하는 것부터 마무리하는 것까지의 루틴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공연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공연 시간에 맞춰 직원분이 친구들을 입장시켜 주셨고 곡을 간단하게 설명해준 후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늘 안되던 부분이 안되었고 이미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예상 밖으로 틀렸다거나 실수한 부분은 없었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큰 환호성이 들려왔고 인생에서 가장 많은 꽃다발을 받았다. 한 가지 곡만 연주하긴 뭔가 아쉬워서 앙코르곡으로 준비한 드뷔시에 아라베스크도 연주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번 공연이 리허설용이라고 미리 말을 했었더라면 예약했을 때 전달했던 디테일한 정보를 낼 필요도 없었고 기본적으로 예약해야 하는 시간도 줄어들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공연을 끝내고 보니 오히려 언제 내가 이런 연주회를 해보겠나 싶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의 목적은 대회 리허설이었지만 그 목적을 잊어버릴 정도로 정말 나에게 좋은 것들로만 가득 찼던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친구들,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대화로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인 건지. 

 

 대회 한 달 전부터 대회의 부담감 때문인지 무기력함이 몰려와 연습 외에는 아무런 것도 하지 않았다. 좋아하던 운동도 안 간 지 한 달이 다 되어갔고 대회를 핑계 삼아했던 폭식이 무기력함을 더 불러일으켰다. 가끔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지라는 의문도 종종 생기곤 했다.


이미 상 탄 거 아니야?

 공연이 끝나고 며칠 뒤 연습하고 있다는 톡에 장난스레 온 답장. 물론 피아노를 좋아하고 연습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나에게 있지만 이런 소소한 것들과 공연을 했을 때 나만 받을 수 있는 응원과 환호. 이런 것들을 내가 대회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또 공연을 기획하지 않았더라면 받을 수 있을까 싶어 또 한 번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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