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부모님의 지인 중 피아노를 전공하신 교수님이 있어 피드백을 받기 위해 교수님 댁으로 찾아갔다.
연주를 보여드린 후 테크닉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하실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다른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다.
"숨좀 쉬자, "
틀리지 않고 완벽한 연주를 보여드리기 위해 미루고 미뤄왔던 자리였는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된 듯했다. 이미 똑같은 방법으로 거의 1년간 연주를 했기에 처음부터 테크닉적인 것을 바꾸기엔 너무 늦었던 것이었다. 선생님이 유일하게 손봐줄 수 있는 부분은 느린 곡인 2악장이었는데 어김없이 그곳에서도 소리가 빠지지 않기 위해 매우 애를 썼고 그것이 오히려 음악적인 요소들을 다 가리고야 말았다. 나름대로 음악적인 부분을 더 노래하려고 했지만 아직은 급급한 게 너무나 티가 잘 나는 아마추어였다.
"깊게 숨을 내쉬고 시작해보자, 남들이 들리게 크게 쉬어도 상관없어"
숨을 내쉬며 가장 깊은 내면의 상태일 때 첫 음을 누르니 당연하듯 그다음음들은 깊은 곳에서 좀 더 위로, 그렇게 한 음씩 수면 위로 올라와 기승전결이 느껴졌다. 한 프레이즈마다 스토리리가 생겨난 것이다.
그 스토리가 보임에도 불구하고 남들 앞에서 소리가 들릴 정도로 숨을 '후'하고 내쉰다는 행위 자체가 너무나 신경 쓰였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런 행위 자체가 남들에게 너무 피아니스트인 척(?) 해 보이는 게 아닐까 또 아직 너무 많이 틀리는데 음악적 요소보단 일단 안 틀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이런 잡다한 생각들이 마구마구 튀어나왔다. 그런 생각이 들면 들수록 나의 몸은 더 뚝딱거렸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그런 의식행위가 내 인생에 도움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최대한 그런 의식행위를 무시하고 철판을 깔았다. 내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하는 것이 익숙해지도록 연습했다.
예전부터 명상을 하면서 '숨쉬기'에 대한 위대함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 자체에 집중을 하다 보면 점점 생각이 비워져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고 싶을 때마다줄곧 명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음악에도 이런 '숨'을 제대로 쉬면서부터 남들과 주변에 대한 생각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나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건 또 색다른 접근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호흡은 나의 몸이나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와 상관없이 온전히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게 아닐까 싶었다.